지방선거는 국가적 아젠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비전을 지역 차원에서 선별 검증하며 행정집행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경북의 6·3 지방선거는 출발부터 허접해지고 있다. 한껏 열기를 내뿜었던 TK(대구경북)통합 아젠다가 슬그머니 숙지더니 대구경북의 지배정당으로 불리는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분리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TK통합을 놓고 지난 4일 국회에서 통합특별법 통과 촉구대회까지 열었다. 그랬던 당이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면접 심사는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분리했다. 그것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이는 TK통합이 물건너갔다는 자인의 신호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통합시켜주면 하겠다는 무기력한 자세인데, 통합의 성사를 떠나 지역발전의 치열한 담론을 스스로 삭제한 셈이다.
국민의힘 면접장에는 대구시장 9명, 경북도지사 6명의 후보들이 등장했다. 총 15명이다. 이들 역시 통합 이슈에 대해서는 결코 내가 간여할 성질이 아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찬반 입장은 고사하고, 소신 있는 설명이나 분석도 생략했다. 각자 내건 지역발전 공약과 철학도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문화를 일구어 대구를 혁신하겠다', '신산업 유치로 지역소멸의 경북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교과서적 수준에 그친다. 대구경북의 여론을 환기할 임팩트 있는 이슈 발굴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 공천 관문만 통과하면 민주당과 경쟁할 본선에서는 승리가 쉽다는 후보들의 인식이 팽배한 탓일지 모른다. 중앙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저자세로 의심받을 만하다. 공천 면접이 새내기 직장 면접으로 전락하고, 시장 도지사 자리가 정치인의 말년에 직장을 하나 더 얹어주는 것이라면 대구경북의 비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한층 허약해진 전투력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군이 형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 차출설만 난무한다. 전국 구도의 선거전략에서 대구경북은 아예 배제되는 인상이다. 강원도지사·인천시장 후보로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찬대 전 국회 원내대표를 일찌감치 전략공천하며 공을 들이는 것과 대비된다. 집권당이 선거를 방기하는 지역이라면 공직선거의 깊은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뻔한 결과에 지친 시민 참여도는 추락한다. 기권이란 비(非)민주성을 양산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활력없는 선거는 활력없는 도시 분위기를 잉태한다. 민주당은 늦었지만 대구경북 지방선거 준비에 진심을 가져야 한다. 집권당의 최소한 정치적 도의다.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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