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오는 8월,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1만1천여 명의 선수와 가족들이 온다. 바로 2026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메달을 향해 질주하는 엘리트 선수가 아니다. 만 35세 이상의 생활체육 육상인으로, 가족과 함께 땀을 나누고 낯선 도시의 골목과 음식과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려는 '스포츠관광객'이다. 세계관광기구에서는 스포츠관광의 연평균 성장률을 17.5%로 전망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경기 결과보다 도시의 매력이 더 중요한 여행자들이 대구를 선택한 것이다.
대구는 국제 육상으로 검증된 도시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7대구실내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2026대구마라톤대회까지, 굵직한 국제 육상 대회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관광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문해 본다. 그간 우리가 정성껏 다듬어온 것이 경기장 운영 시스템이었다면, 과연 참가자의 24시간 전체를 책임지는 '경험의 설계'는 충분했는가이다. 개막의 감동이 사라지고 나면, 선수와 선수 가족들은 대체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막막해진다. 영어로 된 대중교통 안내는 여전히 부족하고, 대구만의 문화예술자원은 도시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경기장 밖의 대구는 여전히 낯선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새 예산을 기다릴 여유도, 거대한 플랫폼을 새로 구축할 시간도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흩어진 자원을 하나로 꿰는 것이다. 선수 AD카드와 QR코드를 연계하여 '대회 참가자 통합패스'를 하나로 묶어, 대중교통 이용과 시티투어 버스 탑승, 관광지 입장, 로컬 상점 할인을 단일 채널로 통합해야 한다. 대구시티투어 노선을 대회기간 동안 경기장과 구도심, 팔공산, 수성못 등 핵심 거점 중심으로 탄력 재편하면, 참가자들은 복잡한 앱이나 낯선 안내판 없이도 도시 곳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든다. 이동의 불편이 사라지는 순간, 체류 시간은 늘고 소비가 따라온다.
두 번째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대구다운 로컬콘텐츠'를 가동하는 일이다. 참가자에게 필요한 것은 긴 설명이 아니다. 몸으로 느끼고, 귀국 후 SNS에 올리고 싶은 감각적 장면이다. 약령시의 한방 족욕은 '치유'라는 보편적 언어로 통하고, 팔공산 갓바위의 영험한 스토리와 케이블카 능선 위의 풍경은 말이 필요 없는 '경이로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노을 크루즈는 어느 나라 사람에게도 번역이 필요 없는 감동이 되지 않을까. 대구가 '잠시 머무는 경기 도시'가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매력 도시'로 각인되는 일은 결국 이런 단 하나의 강렬한 체험 기억에서 시작된다.
세 번째는 대회가 끝난 뒤를 미리 설계하는 일, 즉 레거시의 문제다. 국제 육상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공공 예산 투입이 아니라, 로컬 상권과의 유기적 결합에서 비로소 창출된다. 영국 셰필드는 세계학생경기대회 이후 상인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방문객 전용 할인 패키지를 상시 운영함으로써, 대회가 끝난 뒤에도 스포츠관광 수요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대구 10미(味) 투어와 로컬 상점 할인을 연계한 상인 협업 프로그램은 신규 인프라 투자 없이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하다.
스포츠관광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생존 전략이다. 올해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 이어 내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까지 대구에는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연달아 놓여 있다. 경기장의 함성이 상권의 활기로, 트랙 위의 땀방울이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치환되는 그날, 대구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글로벌 스포츠관광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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