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국토부 “예산 부담, 법 체계상 부적절”
시민사회 “예산이 생명권보다 우선되나” 비판
대구 북구 민들레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차도로 걸어나가는 모습. 영남일보DB
대구 시내에 있는 '차도 위 버스정류장'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영남일보 2025년 1월7일·2월19일 보도)이 '현실적 장벽'에 부딪혔다. 국회 법안 검토 과정에서 예산 문제와 법 체계가 걸림돌로 작용해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발 빠른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3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대중교통법 일부개정안'이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계속 낮잠을 자고 있다. 이 개정안은 길 가장자리 및 차도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의 운영·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상세 규정) 부재로 발생하는 시민 안전 위협을 보완하기 마련됐다. 현행법령에는 지자체장이 조례 및 지침 등에 근거해 버스정류장 설치 및 관리 주체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국토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법령들 간 상충관계와 지자체 예산 과다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정류장 설치 기준이 '여객자동차법' 소관이라는 점을 들어 법 체계상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버스 정류장의 설치 및 시설 기준은 이미 여객자동차법과 그 하위 법령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어, 대중교통법을 개정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개정안엔 보도가 아닌 곳에 정류장을 설치할 경우, 반드시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가 시설 개선 대신 '정류장 폐쇄'를 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시민 안전을 지키려는 법안이 오히려 정류장을 사라지게 교통 편의를 저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정류장에 대한 실태조사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도지사에게 매년 1회 이상 실태조사를 실시해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안도 '예산 논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전국 16만308개의 정류장을 매년 조사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183억원(연평균 약 36억7천만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는 "환경 변화가 적은 정류장을 매년 전수 조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행정적 편의와 예산 효율성이 국민의 생명권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 안실련) 김중진 대표는 "노인 등 교통약자가 많이 이용하는 정류장이 차도에 방치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정부가 법리적 해석이나 예산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지자체가 관리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국회 입법 뒤로 숨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대구 안실련은 대구시 등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전수조사와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폈다. 법 개정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인 안전 시설 보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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