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변화 의미
신도시 성장 반영
대표성 확대 과제
책임정치 시험대
균형있는 시각 필요
장석원 경북본사 부장
경북도청 신도시는 이제 낯설지 않다. 도청과 교육청, 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들어섰고, 젊은 세대와 자녀를 둔 가정이 꾸준히 유입되며 경북의 새로운 생활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예천군 안에서도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 행정 수요가 분명히 다른 공간이다. 이곳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지는 단순한 선거구 조정을 넘어 신도시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지난 27일 경북도의회가 확정한 시·군의원 선거구 조정안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예천군이다. 울릉군을 제외하면 경북에서 유일하게 한 선거구에서 4명을 선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흔치 않은 방식이다. 그만큼 이번 조정은 도청신도시가 기존 읍·면 중심의 틀을 넘어 하나의 생활권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4인 선거구를 두고 우려부터 앞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도청신도시처럼 생활 의제가 다양하고 복잡한 지역에서는 여러 인물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계획과 교육, 복지와 교통, 공동주택 관리, 상권과 청년 정책 등 분야별 경험을 가진 인물이 참여할 여지가 넓어진다. 주민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청신도시의 과제는 분명히 도시형이다. 학교와 돌봄, 대중교통과 주차, 상가 공실, 문화시설, 청년 정착과 공동주택 관리까지 일상과 직결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는 단순한 생활 민원을 넘어, 행정기관이 모인 공간을 실제로 사람이 머무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4인 선거구는 가능성을 품는다. 여러 명의 의원이 각자의 관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신도시의 다양한 요구를 보다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다. 교육과 돌봄, 교통과 주차, 상권과 청년, 주거와 생활 인프라 등 영역별로 책임 있는 대응이 가능해진다. 숫자가 아니라 역할로 기능하는 구조가 될 때 의미가 살아난다.
다만 제도가 곧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선출할 경우 책임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누가 끝까지 챙기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후보자 역시 넓은 지역을 아우르려다 보면 특정 생활권의 세밀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4인 선거구일수록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더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균형 역시 중요한 과제다. 도청신도시의 대표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읍·면 지역의 현실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교통, 농업 기반과 복지 문제는 여전히 지역의 중요한 축이다.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린다면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번 변화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조화다. 도청신도시의 교육·주거·교통을 이해하는 시각과, 읍·면 지역의 농업·복지·생활 교통을 살피는 시각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서로 다른 생활권을 하나의 의정 안에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4인 선거구는 기회이자 과제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구조인 동시에, 그만큼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의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역할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의회에 들어갈 때 변화의 의미는 살아난다.
도청신도시가 경북의 미래라면, 그 미래는 기존 지역과 함께 갈 때 더욱 단단해진다. 복잡한 지역일수록 더 세심하고 균형 잡힌 대표성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구 조정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이제는 선택과 실천의 문제다.
장석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