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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2026-05-04 06:00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박순진 대구대 총장

오월이다. 앞산과 뒷산의 색깔이 하루가 다르게 연한 녹색으로, 연이어 진한 녹색으로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이맘때 자연의 색상이 가장 좋다. 자동차를 몰아 팔공산을 한 바퀴 돌아 보면서 보이는 풍광은 사시사철 언제라도 그때마다 제각각 보는 맛이 있는데, 오월 시작하자마자 연휴까지 겹치니 발걸음도 가뿐하고 즐겁다. 완연한 봄으로 이행하는 이맘때의 연녹색이 주는 시원한 풍경은 그 감흥이 어디에 비할 데 없이 그저 좋다.


필자 세대는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 '신록예찬'을 외우듯 배운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몇몇 구절이 은근히 떠오른다. 신록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찬탄하고 그 신록이 인생에 주는 의미를 성찰하는 수필이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지만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이때'가 되면 문득 고개를 들어 먼 산을 쳐다보게 되고 당연하게도 신록을 예찬해야만 할 듯한 의무 비슷한 그 어떤 느낌이 들곤 한다.


오월을 맞이하는 자세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신록으로 물드는 자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월은 어쩐지 좋은 기운이 가득할 것만 같다. 만산을 채우는 신록에서 생명의 충만한 에너지를 느끼고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모습에도 활기와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온통 황사에다 송화가루가 시야를 흐리는 데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은 힘든 계절이지만 누구든 이즈음의 자연이 주는 힘찬 기운은 외면하지 못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이 연달아 온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달이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갖고 싶은 선물 생각에 설렌다. 모처럼 맞이하는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연례행사처럼 효도를 실천한다. 학교에는 스승의 날이 있다. 이제는 많이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만큼은 스승의 은혜를 우러러보며 감사를 전한다.


요즘은 세태가 많이 변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가족 선물도 현금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부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챙겨야 하는 날도 많고 지출이 많다 보니 '오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자조적 말까지 오가고 있다. 학교 풍경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수학여행과 운동회를 걱정할 지경에 이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내 자식만 귀하고 내 가족만 소중한 세태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월은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의미 있는 날이 많은 달이다. 그저 하루일지라도 그날 하루만큼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감사하는 값진 날이 된다.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이는 물론이고 다 큰 어른들도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버이날에는 평소 드물던 효자가 갑자기 많아지기도 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가 퇴색하고 변질하여도 교육 현장에는 여전히 참스승의 길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드물지 않다.


힘든 시절이다. 지구촌 곳곳에 전쟁이 끊이지 않고 국제정세도 험악하다. 사회적 균열과 정치적 적대가 날로 극심해지고 국내정세가 어수선하다. 올해는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오월이 온통 시끄럽고 번잡할 듯하다. 이런 때일수록 가정의 달이 가진 의미가 더욱 소중하다. 세상이 혼탁해도 자연이 푸름을 더하는 일은 어김이 없다. 올해 오월에도 우리 모두 일상의 가치를 되새기며 사람의 소중함에 감사하는 충만한 달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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