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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지로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의 위선

2026-05-04 08:47
영남일보 경북본사 피재윤

영남일보 경북본사 피재윤

선거철만 되면 기초·광역의원 도전자들이 빠지지 않고 꺼내는 말이 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 이제 이 말은 진정성의 고백이라기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상투적 문구에 가깝다. 준비도, 성찰도, 정치에 대한 공부도 없이 봉사라는 단어만 앞세운 출마가 너무 많다. 그래서 묻게 된다. 정말 지역을 위한 봉사인가, 아니면 배지가 주는 직함과 영향력, 그 뒤에 따라붙는 권한을 원하는 것인가.


정치에 뜻이 있었다면 먼저 정치의 무게부터 공부했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명함 한 줄을 늘리는 자리가 아니다.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집행부를 감시하는 공적 권한의 자리다. 그런데 일부 도전자들에게 정치는 공적 소명보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계산으로 시작된다. 특히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처럼 여겨지는 지역일수록 이 병리는 더 노골적이다. 준비의 흔적보다 줄 선 흔적이 더 진하다면, 그 출마는 공공이 아니라 사익에 가깝다.


일부에게 배지는 책임의 상징이 아니라 신분 상승의 통로다. 배지를 달면 호칭과 대접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배지는 사람을 키워주는 장식이 아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한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실력 없는 사람에게는 권위가 아니라 허세가 되고, 철학 없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아니라 장식품이 된다.


출마 명분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봉사'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봉사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배지가 없어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선거에 나와 직함과 의전이 따라붙는 자리에 올라서야만 봉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출마 선언은 힘을 잃는다. 봉사를 말하지만 시선은 배지와 직함, 인맥과 영향력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선 뒤 일부 지방의원의 행태는 이를 더 분명히 보여준다. 지역 전체의 미래보다 자기 집 앞 인도 하나, 생활권 주변 소공원 하나, 아는 사람 민원 하나 해결하는 데 정치력을 쓰면서 그것을 지역을 위한 성과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이는 봉사가 아니라 사적 이해 조정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개인과 측근의 이해가 개입되는 순간, 지방정치는 봉사의 언어를 빌린 사익 구조로 변질된다.


거창한 정치개혁 이전에, 적어도 안동과 예천부터 바뀌어야 한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착각, 배지를 신분 상승의 통로로 여기는 정치부터 끝내야 한다. "봉사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감동의 언어가 아니다. 가장 먼저 의심하고 검증해야 할 문장이다. 그래야 지방정치가 배지 장사가 아니라 공공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정치는 봉사의 탈을 쓴 신분 상승 수단이 아니다. 배지 없이도 이미 봉사해온 사람이 더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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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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