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507026320708

영남일보TV

  • 눈물 훔친 추경호 “달성 발전 시계는 계속…고향 잊지 않겠다”
  • [직설사설] 지선 이래 역대급 주목…김부겸vs추경호 공략 집중 분석

‘원거리 가족 시대’ 어버이날 공휴일론…“가족 만날 시간” vs “휴일 확대 부담”

2026-05-08 07:52

어버이날 공휴일 법안, 2009년부터 국회서 논의
자녀 동거 노인 10.3% 그쳐…‘원거리 가족’ 고착화
“흩어진 가족 하루라도 만나게” 재정립 목소리

어버이날(5월8일·법정기념일)의 '법정공휴일' 지정은 매년 5월 '가정의 달'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쉬는 날'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는 의견과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충돌하며 사회적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찬성 측에선 지방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사는 구조가 일상화되면서 가족이 만날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반대 측은 가뜩이나 공휴일이 많은 5월에 쉬는 날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져 업종별 형평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카네이션을 단 채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카네이션을 단 채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가족 만남 보장 vs 휴일 확대 부담


어버이날 법정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성 여론은 가족과 함께할 권리를 찾아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어버이날 공휴일 논의가 단순히 '효도할 하루'를 늘리자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본 것. 지방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부모는 지역에 남고, 자녀는 일자리와 학업을 따라 타지에서 생활하는 구조가 굳어진 만큼, 가족이 실제로 만날 시간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 출신으로 현재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안서희(여·26)씨는 "어버이날이 평일이면 직접 내려가는 건 사실상 어렵다. 퇴근 뒤 전화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게 전부"라며 "주말이라고 해도 왕복 거리가 있다 보니 당직이나 근무 일정이 겹치면 쉽게 내려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5월 가정의 달 취지를 생각하면, 타향살이하는 청년들과 떨어져 사는 가족이 하루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청년 유출 현상은 가족 간 물리적 거리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자료를 대구경북에 한정해 분석한 결과, 2004~2024년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순유출 인구는 모두 36만1천130명(대구 19만1천916명·경북 16만9천214명)이다. 부모 세대의 거주 형태도 달라졌다. 202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10.3%에 그쳤다. 2020년 조사 당시 20.1%였던 자녀 동거 비율이 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부모와 자녀가 한집에 살거나 가까운 생활권에서 일상적으로 왕래하는 구조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어버이날 공휴일 확대를 회의적으로 바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2~2024년 3년간 소상공인 사업체별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0.9% 증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임금액은 2.2%나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휴일이 하루 늘어날 경우, 병원·돌봄·대중교통·유통업 등 휴일에도 운영이 필요한 업종에선 인건비 부담과 조업일수 감소, 대체 인력 확보 문제 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반대 여론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정훈(29 ·달서구 본리동)씨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영업자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쉬면 하루 매출이 빠지고, 문을 열면 직원 인건비와 대체 인력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만날 시간을 보장하자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공휴일을 늘리는 문제는 현장 부담까지 같이 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청년유출과 자녀 동거 비율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대구경북 청년유출과 자녀 동거 비율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 반복 발의에도 제자리…대안 논의 필요


어버이날은 법정공휴일이 아닌 법정기념일이다. 공휴일 지정 논의는 2009년 이후 국회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졌지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부모가 지닌 가족적 상징성과 가족 단위 이동 수요 등이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배경으로 꼽혔지만, 휴일 확대에 따른 기업·자영업 부담과 5월 공휴일 집중 문제 등이 함께 거론돼 현재는 공론화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2009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19대 국회 6차례, 20대 국회 5차례, 21대 국회 2차례 등으로 꾸준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법안 발의는 이어졌다. 정춘생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은 지난해 5월 노동절과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노동절 공휴일 논의가 진전된 것과 달리, 어버이날은 여전히 공휴일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영남대 정용교 교수(사회학과)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논의가 단순한 휴일 확대를 넘어, 달라진 가족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어버이날 공휴일 논의는 효 문화의 부활이라기보다, 지방소멸 시대에 흩어진 가족의 접촉 기회를 넓히자는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가족'과 '노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숙제라고 본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반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노진철 명예교수(사회학과)는 해묵은 어버이날 공휴일 논쟁 대신 가족을 만나고 돌봄 시간을 넓히는 대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 교수는 "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기업과 자영업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조업일수 감소, 대체 인력 확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부담과 업종별 형평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휴일 지정만이 해법은 아니다. 가족돌봄휴가나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가족을 만나고 돌볼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 이미지

구경모(대구)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