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진 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기업 현장에는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도태될 것 같은 절박함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적 담론의 이면에는 경영자들의 고뇌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AI가 정말 우리 비즈니스를 구원할 것인가?', 'AI를 당장 도입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은 도태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경영자가 AI를 마주하며 느끼는 첫 번째 공포는 이른바 '블랙박스' 현상이다. 전통적인 경영은 논리, 데이터, 경험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현대 AI는 결과값은 내놓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결정에 기업의 운명을 거는 것은 도박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투자 효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AI 도입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인프라 구축은 물론, 그러한 시스템을 관리하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중소기업에게는 언감생심일 뿐더러, 투자를 한다 하여도 이익으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디다.
마지막은 통제력 상실과 윤리적 리스크다. AI가 업무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기존의 의사결정 위계질서가 흔들리고, 업무 프로세스가 기술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더십의 소외감, 그리고 AI의 환각 및 데이터 유출 사고와 같은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경영자는 어떻게 평정심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가? 해결책은 기술이 아닌 경영자의 학습의지와 태도에 있다.
AI는 어렵다. 대학 수준의 수학 및 컴퓨터 강의를 듣지 않고는 수학적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분야이다. 그러나 AI를 응용하는 경영자는 복잡한 수식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AI가 답을 도출하는 작동 원리를 알면 된다. 그와 더불어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구별하는 'AI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혼자 학습하는 것보다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다. 모든 학문 분야에서 집단지성은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시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내에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학습하며 필요할 때는 초빙 강사를 활용하는 것도 지혜이다.
그리고 AI를 인간의 대체가 아닌 능력 증강의 파트너로 재정의해야 한다. 회사에서 AI로 인하여 인력이 절감된다면 그 인력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입해서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종업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아직 침투하지 않은 시장이 많이 남아 있기에 이러한 확장적 사고가 용이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혁신의 주체는 오너 대표이다. 혁신을 드라이브할 인재를 채용하고 싶지만 대기업에 비해 인재 확보가 어렵다. 또한 대기업처럼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경영 컨설턴트를 쓸 수도 없다. 그러므로 회사 대표가 현장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며, 조직원의 학습동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AI 경영에 대한 두려움은 리더의 건강한 본능이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에 압도당해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의 실체를 직시하고 조직의 경쟁 우위로 승화시키는 경영자의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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