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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의 사람학교] 오늘의 교실이 내일의 의회다

2026-05-19 06:00
박혜경 한동대 교수

박혜경 한동대 교수

선거철이면 정치는 갑자기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후보들이 골목을 누비고, 현수막이 거리를 물들이며, 뉴스는 선거 소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도 시민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를 '투표일의 행사'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진짜 정치의 현장은 유세장과 투표장이 아니라 교실과 골목과 가정, 일터다. 좋은 정치인도, 좋은 유권자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답은 교육이다. 좋은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정치 뉴스를 보면 풍경은 늘 비슷하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항상 틀리다. 억지를 논리로 포장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행동마저 정당화한다. 그 익숙한 습관과 이중잣대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서는 안 된다. 정치교육의 출발은 옳고 그름, 부끄러움과 책임을 가르치는 데 있다. 자기 편의 논리를 의심하며 더 큰 공동체의 유익을 고민하는 시민, 바로 우리가 길러야 할 다음 세대다.


그런 시민을 키우는 정치교육의 첫째 덕목은 자기성찰이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1976년 이후 시민교육의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교사는 특정 견해를 주입해선 안 되고, 사회적 논쟁은 수업에서도 다루어야 하며, 학생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상대의 논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야말로 자기성찰의 시작이다.


둘째 덕목은 공공선이다. 우리는 관계와 공동체를 중시하지만, 그 공동체는 쉽게 '우리 편'으로 좁아진다. 정치교육이 가르쳐야 할 것은 내가 속한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의 유익이다. 핀란드처럼 학생자치와 청소년 참여 기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공동체 결정에 실제로 반영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고 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법, 그것이 공공선을 몸으로 배우는 방식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실에서 정치교육은 여전히 금기다. 몇 해 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의 정치적 편향에 고통을 호소하던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 그 우려를 가볍게 넘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려움이 정치교육 자체를 포기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의 편향을 우려해 정치교육을 회피하면, 아이들은 유튜브와 SNS의 선동을 정치 교과서처럼 받아들이며 진영의 세계관에 갇힌 어른으로 자란다. 교실이 침묵하면 알고리즘이 아이들에게 정치를 가르친다. 그 대가는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다.


좋은 정치인은 광야에서 백마를 타고 나타나지 않는다. 선거철 현수막 속에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 교실에서 동네 횡단보도 안전을 놓고 토론하고, 학교 앞 쓰레기 문제를 두고 의견을 모으며,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듣는 열다섯 살이 이삼십 년 뒤 우리 동네의 시의원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스스로 틀릴 수 있음을 알고, 더 큰 공동체의 유익을 고민하며, 자기 편의 이중잣대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미래의 좋은 정치인이다. 정치교육은 그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사람학교는 교실 안에만 있지 않다. 주민회의장과 공청회, 투표소 앞 줄까지 모두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다. 그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이자 교사이며, 그 책임은 선거철의 악수와 미소에 반응하는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정치는 시민의 일상 속에서 계속된다. 오늘의 교실에서 어떤 시민을 키우느냐에 따라 내일의 의회가 달라진다. 오늘의 교실이 내일의 의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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