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만큼 논란의 중심에 선 각료가 없다. 남북관계를 '두 국가관계'로 전환할 필요 있다는 돌발 입장을 내놔 또 파문을 일으켰다. 통일부가 그저께 발간한 '2026 통일백서'에서다. '통일백서'가 무엇인가. 통일 및 대북정책 기조를 천명하는 공식 보고서다. 남북을 '두 국가'로 보는 건 헌법정신에 반한다. 국민의 뇌리에 새겨진 북한의 정체(政體)는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는 '특수관계'일 뿐이다. 한 번도 국민에게 물어보지 않고 중차대한 정책을 돌연 전환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있다면 북한의 주장과 결이 같다는 점뿐이다. 그래서 정 장관을 향한 '북 경도(傾倒)' 시선이 존재한다. 이를 단순한 오해로 넘기기엔 임계점을 넘은 듯하다.
통일백서에 '두 국가론'이 명시된 건 처음이다. 야당의 정책 비판이 늘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공감한다. 어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두 국가론을 '반헌법적 분단선언'이라 규탄했다. 실제 두 국가론엔 평화통일 의무를 소홀히한 측면이 있다. 국민적 합의나 최소한의 여야 논의마저 없었다. 야당은 즉각 정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정 장관은 그동안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겠다"느니, 북한 구성시(市)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 언급해 한미관계를 냉각시킨 당사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외 문제에서 자해적 요소들이 있다"며 감싸도는 것도 더는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세 가지를 묻는다. 진보·보수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유지해온 대북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이 정부의 공식 견해인가. 두 국가론에 따른 대북 인식의 혼선과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의 결론인가. 불필요한 논란을 끊임없이 야기해온 통일부 장관을 이대로 둘 참인가.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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