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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체험이 공존하는 조문국 여행②] 의성명품 12선展

2026-05-20 19:00

철기시대 쇠손칼부터 임진왜란 때 일기…의성의 시간 위에 남겨진 유산

20일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의성 명품 12선: 땅의 기억을 간직한 빛 전시가 개막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의성 대표 유물을 볼 수 있다.

20일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의성 명품 12선: 땅의 기억을 간직한 빛' 전시가 개막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의성 대표 유물을 볼 수 있다.

돌 쪼개고 도구로 만드는 석기 제작장

탑리리 초기 철기 기술 수준도 엿봐

덧널무덤서 발견 금동관 귀걸이·토기

신라 황금문화 원산지 파악 굽다리접시

비밀의 왕국 지배층의 세잎장식큰칼

금속세공 정점, 화려한 권위 금동모관

AI 해설·키오스크로 생생한 역사 탐험

"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의 유산을 보존하고 해석하는 사회의 기억장치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박물관학자인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는 박물관을 단순한 수장 공간이 아닌 '사회적 기억의 장소'로 바라보았다. 역사라는 거대한 시간의 퇴적층 위에서 세대를 거쳐 이어온 인간의 삶과 흔적을 '발굴·기록·해석·공감'하는 장소라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박물관은 더욱 살아 움직이고 있다. 관람에서 경험으로, 보존에서 공감으로, 교육에서 문화 플랫폼으로 생생하게 확장된다. 특히 단 몇 줄의 기록만 남아 있는 신비의 고대 왕국을 품은 박물관이 생생하게 다가온다면, 마음이 더욱 끌리지 아니하겠는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의성의 대표 박물관이 새로운 전시 기획을 선보였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올해 초부터 대표 유물 12선을 선정하고, 다양한 전시 협의를 통해 의성의 시대정신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해 냈다. 그리고 20일, 경북 의성의 고대 국가인 조문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낸 특별기획전 '의성 명품 12선: 땅의 기억을 간직한 빛'을 공개했다.


선사시대 석기부터 삼국시대 고분 출토품, 조선시대 기록 자료에 이르기까지 의성의 시간 위에 남겨진 중요한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천 년의 시간이 압축된 '땅의 기억'을 만나고, 우리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의성조문국박물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본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은 의성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전시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은 의성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전시다.

◆의성의 역사 속으로 걸어가는 12가지 시선


문화유산을 '땅의 기억'과 '빛'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이번 전시에서 '땅'은 사라지지 않은 시간을 품은 공간이며, '빛'은 유물이 지닌 가치와 권위 그리고 오늘 다시 밝혀지는 의성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한다.


전시는 12건의 유물을 따라가며 의성의 문화적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게 기획돼 있다. '유물'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물'을 통해 의성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기술과 문화를 이루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그 첫 시작은 구석기시대다. 실제 의성 지역은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지석묘)이 다수 발견되면서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활발히 거주했음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그중에서 이번 특별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의성 효제리 유적'은 의성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지난 2021년 경북 농업자원관리원 이전 부지 발굴 과정에서 확인됐다.


몸돌과 격지, 망치와 찍개, 밀개 등 총 560점의 석기가 출토됐는데, 발굴 당시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석기 제작장'이었다.


보통 구석기 유적은 사용된 도구만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효제리에서는 인류가 석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수리했던 고고학적 유적지인 '석기 제작장'이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돌을 깨고 다듬는 석기 제작 방식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석기 유물들을 바라보며 옛 의성인이 도구에 눈을 뜨고, 함께 돌을 쪼개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쇠손칼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쇠손칼'

이어 의성의 초기 철기시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의성 탑리리 초기 철기시대 통나무 널무덤'에서 발견된 '쇠손칼'이 보인다. 이는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다. 칼등과 칼날에 뚜렷한 단차가 형성된 구조로 초기 철기 제작 방식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경상도 지역에서 확인된 사례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철을 다시 녹여 재사용한 흔적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의 기술 수준과 자원 활용 방식도 보여준다.


철은 곧 권력이었다. 철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생산력과 무기 체계, 교역 능력을 의미했고, 이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철기문화의 흐름 속에서 조문국 지배 세력이 철기문화 확산과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고대국가 조문국을 이끈 중심 세력의 실체를 밝혀낸 학술적 성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로 1960년대 국립중앙박물관의 의성 탑리리 고분군을 발굴 조사를 들 수 있다. 탑리리 고분군은 경북 지역에서 경주를 제외한 가장 큰 규모의 삼국시대 고분군 중 하나이다. 하나의 봉토 안에 여러 개의 덧널무덤을 배치하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는데, 그 안에서 금동관·귀걸이·허리띠 꾸미개와 의성 양식 토기 등이 출토됐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의성양식토기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의성양식토기'

특히 의성 양식 토기는 굽다리접시에서 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신라 토기 양식에 비해 그릇의 깊이가 깊고, 투창에서 다리 부분(대각)까지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발굴 당시 탑리리 고분군 출토 유물들을 통해 조문국이 고유한 문화를 가진 국가였으며, 찬란한 신라 황금 문화의 원산지였음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그 실마리들이 차례로 눈앞에 펼쳐진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세잎 장식 큰칼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세잎 장식 큰칼'

비밀의 왕국 조문국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준 중요한 유물들을 지나 손잡이 끝부분 고리에 '세 잎을 장식한 칼' 앞에 선다. 일명 '세잎장식큰칼'이라 불린다. 금과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칼로 장식대도(裝飾大刀)라고 하는데,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의 칼에는 용과 봉황을 그려 넣고, 그다음이 세잎장식, 그다음이 둥근고리장식을 하는 식으로 신분을 나타냈다고 한다.


세잎장식큰칼을 찬 조문국의 세력가는 넘버 투의 신분으로 어떤 위세를 떨쳤을지를 상상해 봤다. 그 위세를 뒷받침해 준 세밀하고, 아름다운 장식을 봤을 때 의성의 사람들은 손재주가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장신구 전시에서 본 유리 한 알, 수정 한 알, 92개의 유리구슬을 엮은 목걸이며, 물고기의 비늘무늬를 섬세하게 그려 넣은 허리띠 꾸미개, 고깔에 끼워 사용한 장신구 관 꾸미개, 표면에 마름모꼴 돌기를 부착하고, 금 알갱이를 지그재그로 붙이는 누금 기법을 사용한 가는 고리 귀걸이 등은 의성의 예술과 문화, 기술이 뛰어났음을 짐작하게 한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금동모관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금동모관'

당시 금속세공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유물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의성 대리리 48-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모관'이다. 정면에는 용 두 마리와 좌우의 봉황을, 뒷면에는 여러 마리의 용 문양을 배치해 화려함을 더했다. 용과 봉황은 최고 지배층의 권위를 상징한다. 작지만 자신의 문화를 이룬 국가의 당당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한 기록들도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정만록(征蠻錄)'과 과거 울릉도의 지형과 생활 흔적을 담은 장한상의 '울릉도사적'이 전시된다.


특히 정만록은 조선 선조 때 의성 출신의 문인이자 경상감영의 참모였던 이탁영(李擢英, 1541~1610) 선생이 임진왜란 전후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로 1592년부터 1599년까지의 전황과 지방 행정의 실상을 담고 있다. 장수나 사대부가 아닌 실무 아전의 시선으로 담은 기록의 가치가 인정돼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도중 일본군이 민가에 자행한 재물약탈, 방화 등 전란 속에서 고통받는 조선 백성들의 모습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이탁영이 전쟁 중에 직접 쓴 일기의 원래 제목은 '임진변생후일록(壬辰變生後日錄)'이었으나, 1601년 선조가 '오랑캐(일본)를 정벌해 평정했다'라는 뜻을 담아 직접 정만록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박물관의 전시가 아닌가 한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정만록

의성 조문국박물관 의성 명품 12선 '정만록'

◆체험과 공감으로 만나는 '땅의 기억과 빛'


선사시대 석기에서부터 삼국시대 장신구, 그리고 조선시대 기록문화까지.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시대별 전시를 넘어 '의성'이라는 지역이 쌓아온 시간과 문화를 생생하게 느끼고 돌아보게 하는 지역 역사 지도이자 역사 내비게이션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특별전의 재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와 공감의 가능성을 고민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감성 활동지 체험과 키오스크 기반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관람의 생동감이 배로 높아진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미션을 수행하고, 별도의 앱 설치 없이 AI 해설을 통해 조문국의 역사를 배우는 키오스크 기반 체험 프로그램은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인기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이번 특별전을 통해서도 이용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참여형 박물관의 즐거움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특별기획전은 11월1일까지 의성조문국박물관 기획전시실 3층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보고, 듣고, 만들고, 느끼는 역사, 이제 유물은 단순히 오래된 과거의 물건이 아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남긴 삶의 방식이고, 공동체의 기억이며, 한 지역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흔적을 따라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박물관을 나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며 깨닫게 된다.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디며 남겨진 것은 결국 사람의 삶이었다는 것. 누군가는 돌을 깨 도구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철을 다뤄 나라를 세웠으며, 또 누군가는 전쟁 속에서도 기록을 남겼다. 가던 길을 멈춰 뒤돌아보니 의성조문국박물관이 묵묵히 '땅의 기억'을 품은 채 다음 세대에게 또 다른 시간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의성조문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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