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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그들’은 누구일까

2026-06-01 06:00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논설위원

'그들'은 누구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SNS에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며 특정 세력을 겨냥한 저격성 발언을 던졌다.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총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선거 중립 위반'이라는 국민의힘 반발에 이 대통령은 다음날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주권자가 투표로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몰아세웠다. 교묘하다. 공익적 투표 독려의 탈을 썼지만, 편 가르기의 속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통령의 진영 논리적 수사(修辭)는 '지방자치의 종말'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방선거는 '동네 일꾼'을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중앙정치의 진영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당장 여야가 '네가 바로 그들'이라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미 구태 기득권의 잔치판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마찬가지다. 기초의원 선거에 부는 '무경쟁 바람'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무려 305명의 기초의원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작한 '정치적 야합'의 결과다. 선관위가 군소정당과 청년,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4~5인 중대선거구 확대를 권고했으나 철저히 묵살당했다. 전국의 광역의회가 시범 지역으로 강제 지정한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고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두 개로 쪼갰다. '밥그릇'을 지키려는 구태 기득권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다. 유권자의 투표할 권리조차 박탈한 것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투표 포기' 운운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다.


지방권력도 '염치(廉恥)'를 잃었다. 대구·경북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현황을 보면 기가 막히다. 구미시의회와 경산시의회가 심야 시간에 선술집(이자카야)과 포장마차를 전전하며 혈세를 펑펑 써댔다. 의성군의회는 민선 8기 4년 동안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다가 영남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서류를 올리는 뻔뻔함을 보였다. 대구 동구의회는 제설과 수해복구를 핑계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700만 원 상당의 겨울 파카를 사서 의원들끼리 나눠 가졌으나, 관련된 의정활동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대구경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기는 '세금 도둑질'이 전국 모든 기초의회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이 사라진 지방선거지만, 선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중앙정치의 진영 다툼에 진절머리가 나더라도 지방자치의 파산을 이대로 방관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인용한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것에 대한 가장 큰 벌은 자신보다 못한 자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는 경고는 유효하다. 어쩌면 국민들은 여의도식 진영 논리에 시선을 빼앗긴 채, 오랫동안 자신보다 못한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형벌을 자발적으로 받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는 대구경북민의 자존심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지방자치를 망가뜨리는 '그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형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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