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16년간 통합 추진
두 번 좌초, 민심 벽 확인
TK에는 좋은 반면교사
선언보다 일상 변화 먼저
지역민 공감이 통합 동력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일본 오사카는 대구·경북(TK) 지역민이 즐겨 찾는 해외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도시가 십수 년째 행정구역 개편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오사카는 광역지자체인 '오사카부(府)' 안에 광역급 권한을 가진 기초지자체 '오사카시(市)'가 공존하는 묘한 이중 구조를 안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통합해 행정 낭비를 근절하겠다는 구상, 이것이 지난 16년간 열도를 달군 '오사카도(都) 통합 구상'의 본질이다.
2010년 오사카 유신회 창당과 함께 불붙은 이 논의는 '이중 행정 철폐'를 기치로 강력히 추진됐다. 그러나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의 주민투표에서 오사카 시민들은 한결같이 반대를 택했다. 행정 서비스 후퇴에 대한 불안, 지역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정치권 독주에 대한 반감이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 장밋빛 경제 전망은 그 두꺼운 민심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오사카의 그림자는 TK 위에도 드리워져 있다. '오사카시' 소멸에 반발했던 심리가 대구 시민들의 정체성 상실 우려와 다르지 않다. 경북 북부권이 통합 이후 재정 배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두려움도 그 연장선에 있다. TK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통합에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이 균열을 먼저 봉합하지 않으면 오사카의 시행착오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물론 오사카와 TK의 행정구조는 결을 달리한다. 오사카가 광역·기초단체 간 이중 행정 철폐를 겨냥한 것이라면, TK는 두 광역단체의 수평적 통합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이 느끼는 정서적 반발의 본질은 같다. 통합 논의가 가시화될 때마다 지역민은 같은 질문을 꺼낸다. '삶이 나아지는가' '정체성이 지켜지는가'.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 통합은 오사카에서도, TK에서도 벽에 부딪힌다. 지자체는 단순한 행정 구역이 아니라 지역민의 뿌리이자 삶의 공동체다. 지역민의 이런 심리를 껴안지 못한 성급한 물리적 결합은 좌초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오사카가 희망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전면 통합 대신 '부·시 간 업무 일원화'라는 현실적 초석을 다지며 재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하는 단계적 전략, 그 유효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TK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통합 선언보다 지역민의 일상을 바꾸는 성과가 신뢰를 쌓는 법이다. 교통·환경 등 생활 밀접 분야부터 협력의 성을 쌓고, 대구의 IT 역량과 경북의 제조기반을 잇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민이 일상에서 통합의 효과를 체감할 때, 비로소 더 큰 변화를 향한 자발적 동의가 싹튼다.
오사카 유신회는 강력한 추진력을 자랑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정치적 독주가 반대파를 결집하는 빌미가 됐다. '위에서 아래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시민에게는 일방적 통보일 뿐이다. 지금 TK에 필요한 것은 단체장의 결단이 아니라, 지역민의 공감이다. 숙의 없는 통합은 반드시 강한 반작용을 낳는다.
오사카의 16년은 TK 지역에 반면교사다. 지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행정가의 몫이다. 그러나 그 안의 삶을 채우는 것은 결국 지역민이다. TK 통합이 지역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면, 그 동력을 화려한 수사가 아닌 지역민의 자발적 동의와 공감에서 찾아야 한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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