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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하루 종일 대화 한마디 못하고”…최실근 대한노인회 울릉군지회장

2026-06-13 12:10

“섬의 노년이 무너지면 울릉도의 미래도 없다”
경로당 역할 변화 필요…서로 배우고 존중하는 공동체 돼야

최실근 대한노인회 울릉군지회장. <홍준기 기자>

최실근 대한노인회 울릉군지회장. <홍준기 기자>

지난 10일 오전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리 경로당.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어르신 몇 명이 승부를 겨루고 있었고, 주방에서는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쪽 벽에 걸린 오래된 흑백사진 앞에서는 주민들이 "저때는 길도 없었지", "저 사람 벌써 돌아가셨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최근 대한노인회 울릉군지회장에 취임한 최실근(82) 회장은 이날도 경로당을 찾았다. 취임 이후 회장실보다 현장을 더 자주 찾고 있다는 그는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잘 모른다. 직접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르신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릉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9천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천 명 안팎에 이른다. 주민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셈이다.


최 회장은 고령화가 통계로만 보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나 교육 때문에 육지로 나가는 경우가 많고 마을에는 어르신들만 남은 집도 적지 않다"며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를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울릉읍과 북면, 서면 곳곳을 다니다 보면 낮 시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모여 있는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농사일을 마친 뒤 경로당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노인 문제를 단순히 복지의 영역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울릉도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 바로 어르신들이다. 노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소멸 문제도 풀기 어렵다"며 노인 정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는 건강보다 외로움에 관한 것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날씨가 나빠 배가 끊기면 며칠 동안 집에만 계시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하루 종일 사람하고 한마디도 못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며 섬 지역 노인들이 겪는 고립감을 전했다.


그래서 최 회장은 경로당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전에는 쉬는 공간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르신들이 모여 건강도 챙기고 취미활동도 하고 서로 안부도 확인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경로당 기능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울릉군 서면 남양리 경로당 전경. <홍준기 기자>

울릉군 서면 남양리 경로당 전경. <홍준기 기자>

대한노인회 울릉군지회는 현재 지역 경로당 운영 지원과 노인 복지사업, 사회참여 활동 등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앞으로 경로당을 중심으로 문화 프로그램과 여가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은 울릉도의 역사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다. 지금 관광객들이 보는 울릉도를 만들기까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분들이다.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울릉공항 개항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사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 회장 역시 공항이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삶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이 생기면 관광객도 늘고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주민들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변화 속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개발과 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세대 간 소통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생각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르신들은 살아온 경험이 있다. 서로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대 간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최 회장은 다음 경로당 방문을 위해 차량에 올랐다. 출발에 앞서 마당에 나와 있던 어르신 몇 명과 다시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었다. 그는 "어르신들이 웃으면서 경로당에 오고, 서로 의지하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울릉도의 어르신들이 행복해야 지역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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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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