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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번 팔 걷은 대구 헌혈왕 “내 몸은 아직 청춘, 69세 넘어서도 계속 하고파”

2026-06-14 18:43

대구·경북 최다 헌혈자인 길용택(69)씨 인터뷰
고교 시절 백혈병 친구 위해 시작한 헌혈
새벽 등산·헬스로 수십 년간 몸 관리 철저
“헌혈 가능 연령 상향 꼭 이뤄지길 기대”

지난 12일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대구 최다 헌혈자인 길용택(69)씨가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최고 훈격인 최고명예대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12일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대구 최다 헌혈자인 길용택(69)씨가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최고 훈격인 '최고명예대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아쉽습니다. 계속 헌혈을 하고 싶은데, 법적 나이 제한 때문에 올해 연말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 헌혈자의 날(6월 14일)을 맞아 취재진이 만난 길용택(69·대구 북구 구암동)씨는 누적 헌혈 횟수가 무려 580회(전혈 55회·혈장 525회)에 달한다. 지역 내 최다 헌혈자이다. 길씨에게 올해는 특별하고도 아쉬운 해다. 고교 시절 백혈병을 앓던 친구를 돕기 위해 처음 헌혈을 한 뒤 50년 넘게 이웃 사랑을 실천해 왔다. 하지만 올해로 헌혈 가능 연령 상한(만 69세)에 다다르며 사실상 '헌혈 은퇴'를 해야 해서다.


길씨는 "헌혈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호주는 75세까지도 헌혈을 허용한다고 들었다. 한국도 저출생 등으로 헌혈 가능 인구가 급감하는 만큼 건강한 사람에 한해선 연령 제한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헌혈을 거르지 않기 위해 평소 몸 관리도 철저히 했다. 매일 오후 9시에 잠들어 다음 날 오전 2시엔 어김없이 일어나 인근 함지산에서 2시간 등산을 한다. 낮에는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는 게 그의 오랜 루틴이다. 그는 "감기약 한 알만 먹어도 헌혈을 할 수 없기에 수십 년간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며 "헌혈할 때마다, 간호사들이 내 몸 상태를 보며 '선생님 정도면 10년은 더 거뜬히 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대구 최다 헌혈자인 길용택씨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 최다 헌혈자인 길용택씨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 같은 '성실함'을 토대로 길씨는 혈장 헌혈이 가능한 2주에 한 번꼴로 '대구 헌혈의집'을 찾았다. 그 결과, 2015년 9월 누적 헌혈 300회를 달성,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최고 훈격인 '최고명예대장'을 받았다. 수백 번의 헌혈을 통해 모은 '헌혈증서'도 그에겐 훈장이나 다름 없다. 헌혈증서는 헌혈을 할때 마다 1장씩 발급된다. 의료기관에 제출하면 수혈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혈액원에 헌혈증서 100장을 한꺼번에 기부한 것을 비롯해 백혈병을 앓는 지인 등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아낌없이 증서를 건네왔다.


이날 그는 취재진에 양팔을 내보이며 "같은 자리에 수백 번 바늘을 찌르다 보니 동그란 흉터가 생겼다"며 "직장에 다닐 때도 출장 처리를 해가며 시간을 쪼개 헌혈의 집을 찾았는데, 내 피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보람이 정말 컸기 때문이다.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는 정부가 추진 중인 헌혈 가능 연령 상한(만 69세→74세)이 꼭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헌혈왕 길용택씨는 끝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반복 헌혈자에 한해 헌혈 가능 연령을 높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 50여 년간 헌혈을 이어온 나로선 반드시 통과됐으면 한다"며 "헌혈은 결국 하던 사람이 계속하게 마련이다. 내년에도 계속 헌혈을 해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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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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