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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선거,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신뢰

2026-06-15 06:00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요란했던 지방선거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다. 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을 둘러싼 불신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선거인 명부 누락, 개표 오류는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 이제 던져야 할 물음은 행정 과실의 폭로가 아니라, 왜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청년들까지 거리로 나와야 하는가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행정 착오를 넘어 시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흔들린 사건이다. 투표소를 찾고도 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린 유권자, 한 표가 온전히 계수됐는지 의심하게 된 시민에게 이번 일은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깨진 경험이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엄숙한 절차인데, 그 과정이 허술했다면 국민이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청년들의 분노다. 많은 청년은 정치가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선거와 거리를 두어왔다. 그런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유는 분명하다. "내 한 표는 제대로 행사되었고, 온전히 지켜졌는가"라는 상식적 물음 때문이다. 국가가 이에 답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한 세대가 선거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번진다.


필자도 오랫동안 선거관리위원으로 일했다. 그에 비추어도 이번 사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투표용지 배부와 명부 작성, 개표 관리는 선거행정의 기본인데, 그것이 무너진 일을 단순 실무라고 보기 어렵다. 선관위의 책무는 국민의 투표권을 지키는 것이며, 이를 소홀히 한 기관은 어떠한 이유로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막스 베버가 말한 관료제의 경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료조직이 규칙에만 의존하면 현실 변화에 둔감해진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니 본투표율은 낮으리라는 기계적 예측,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보고 체계, 책임보다 절차 뒤에 숨는 조직 문화가 겹쳐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이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와 법적 절차로 엄정하게 판단할 영역이다. 그러나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큰 위험은 부실한 선거 관리가 음모론과 극단적 불신의 토양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거리에 나선 청년들의 메시지도 그 불신을 해소해 달라는 요구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해 온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는 국가권력이 선거를 장악했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 교훈이다. 그러나 독립성이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국민이 독립성을 존중한 것은 책임 행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독립성과 책임성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제도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관위 기능을 마비시키는 정쟁도, 독립성을 방패 삼아 과오를 덮는 온정주의도 아니다. 독립성을 책임성과 결합시키는 민주적 재설계다. 진상을 명백하게 규명하고, 선거관리 전반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재점검해야 한다. 선거 전 과정을 비정파적 시민 모니터링단이 상시 감시하는 보완책도 검토해야 한다.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특정 정파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권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시민적 분노다. 민주주의는 청년에게 투표 참여를 요구해 왔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한 표가 정확히 행사되고 지켜진다는 신뢰를 보장해야 한다. 그날 흔들린 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회적 신뢰였다. 그 신뢰를 다시 세울 때, 청년들의 참정권에 대한 믿음도 국민주권의 가치도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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