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잃어버린 우산은
빗소리 속에 두기로 해요
같은 것을 찾아
빗속을 헤매지 않기로 해요
젖은 마음을
내일로 가져가지 않기로 해요
깊은 잠을 자기로 해요
여름의 일을 가을까지 데려가는 건
엄두도 내지 않기로 해요
이 시를 읽고 알았어요. 빗소리 속에는 수많은 우산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지요. 지하철 발 아래 두었거나 서둘러 내린 버스 혹은 잠시 날이 개었던 카페 입구에 놓고 온 마음이 빗소리 속에 있고 빗소리를 만들고 또 빗소리만큼 지나갑니다. 그러니 우리는 빗소리를 우산으로 쓰고 여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때는 가시 찔린 자리에 돋은 핏방울 같았고 한때는 진흙 가슴을 찍는 호밋날 같았겠지요. 그러나 타닥타닥 장작의 타는 소리처럼 한순간 데워지는 것이고 자글자글 찌개 끓는 소리처럼 서로를 옮겨놓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빗방울들을 하나하나 잠의 순간 속에 투명하게 매달아놓을 수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그 순간의 아름다움 속에 띄워놓을 수 있습니다. 이 시를 읽고 알았어요. 비가 그쳐도 들려오는 빗소리 속에서 마음은 젖지 않고 가을은 오지 않고 다만 여름의 수많은 일들이 더는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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