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임동면 임하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한 어르신이 정든 집을 잊지 못해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홍성광 사진가 제공>
1985년 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임하댐 건설로 인해 영원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수몰지역인 정든 고향 마을을 떠나지 못한 채 배회하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댐 건설 앞에 삶의 터전을 내어주어야 했던 실향민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어르신 옆에는 지붕이 모두 뜯겨 나가고 앙상한 벽체만 남은 가옥이 보인다. 평생을 살아온 터에서 자식들을 키웠고, 매일 아침 밥 짓던 연기가 피어오르던 '집'이었을 공간은 이제 수몰을 앞두고, 철거되어 그 형태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벽면 아래로 무성히 자란 풀은 이미 사람의 손길이 떠났음을 보여 준다.
밀짚모자를 쓰고, 흙길을 걸어 나오는 노인의 모습에서 외로움과 적막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땅을 향한 시선에서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깊은 상실감과 고독이 짙게 묻어난다. 노인의 뒤편으로 보이는 산등성이는 곧 물바다가 될 마을의 비극적인 운명과 대조를 이룬다.
임하댐 건설로 많은 마을이 수몰되었고, 수많은 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 각지로 흩어졌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임하댐'이 현대화와 수자원 확보를 위한 건설이었지만, 실향민들에게는 평생 갈 수 없는 '눈물의 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마을은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지만, 노인의 무거운 발걸음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발전의 그늘 뒤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는지를. 실향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향의 마지막 풍경'은 이 사진을 통해 오늘도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