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는 장애배우 양철우씨. <박연희 연출가 제공>
이준희 시민기자
1946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10월 항쟁을 다룬 연극 '시월의 메아리'를 관람했다. 해방 후 첫 민중 대투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의미 외에도, 장애 당사자이자 시민기자로서 반드시 기록해 두고 싶은 지점이 눈에 밟혔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눈여겨본 인물은 발달장애를 가진 양철우 배우다. 그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서 수년간 연수를 거쳤으며 이번 작품이 그의 공식 데뷔작이다. 극 초반 첫 장면부터 가슴이 뭉클해졌다. 양 배우의 다소 부정확한 발음을 배려해 비장애인 동료 배우가 그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긴장을 녹여줬다. 그 덕분인지 양 배우는 이후 동료들과 물 흐르듯 완벽한 호흡으로 연기를 이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온몸에 묘한 카타르시스가 일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장애 동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꽤 높은 편이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장애'라는 무거운 갑옷에 갇혀 빛나는 장신구인 소중한 재능을 꼭꼭 숨긴 채 살아간다. 무대 위에서 꿈틀거리며 온전히 자신을 풀어내는 양 배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중증장애 배우 김정희씨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김정희씨 제공>
하지만 연극이 끝나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필자가 아는 또 다른 중증장애인 김정희 배우의 무대도 스쳐 지나갔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대 위 그의 몸짓 하나하나는 마치 아름다운 춤과 같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의 소통 방식과 몸놀림, 대인관계 방식 등이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무대 위에서 보이는 모습은 관객의 인식 변화로 곧바로 이어진다.
실제로 김 배우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그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건네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커스다. 언어장애를 가진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건너뛰고 곁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볼 때 '배려로 포장된 소외'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렇듯 장애 시민들의 연극 작업은 단순한 문화 활동을 넘어선다. 자신의 감정을 당당히 표출하고 세상의 시민들을 향해 건네는 첫 인사다.
첫 연극 무대를 무사히 마친 양철우 배우는 배역에 맞춘 분장이 신기했고, 극 중 인물로 살아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두 배우가 앞으로도 건강 관리를 잘해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기를 두 손 모아 응원한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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