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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고요한 산자락에 남은 선비정신”…문경 근암서원이 간직한 시간의 가치

2026-07-05 09:09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한 근암서원 전경.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와 돌계단 너머로 강당인 숭정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좌우의 전통 한옥 건물이 단정하게 배치돼 조선시대 서원의 절제된 건축미와 선비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강남진기자>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한 근암서원 전경.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와 돌계단 너머로 강당인 숭정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좌우의 전통 한옥 건물이 단정하게 배치돼 조선시대 서원의 절제된 건축미와 선비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강남진기자>

경북 문경시 산양면의 한적한 산자락 길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한 기품을 품은 전통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근암서원이다.


문경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하면 흔히 문경새재나 봉암사를 먼저 떠올리지만, 근암서원은 또 다른 의미에서 지역의 정신적 뿌리를 간직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시대 선비문화와 유교 정신,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교육 전통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근암서원은 조선시대 지방 유학 교육과 선현 추모를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서원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사림들이 학문과 예절을 익히고 후학을 양성하며 향촌 사회를 이끌던 정신적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근암서원 사당에서 바라본 서원 전경. 정갈하게 이어진 돌길과 외삼문 너머로 전통 한옥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조선시대 서원의 품격과 선비문화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강남진기자>

근암서원 사당에서 바라본 서원 전경. 정갈하게 이어진 돌길과 외삼문 너머로 전통 한옥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조선시대 서원의 품격과 선비문화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강남진기자>

서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절제의 미학'이다. 화려한 단청이나 웅장함보다는 검소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가 공간 전체를 감싼다. 이는 사치를 경계하고 마음가짐을 중시했던 조선 선비문화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강학 공간인 강당은 유생들이 글을 읽고 토론하며 학문을 닦던 곳이다. 당시 선비들은 이곳에서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사람의 도리와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고 익혔다. 서원 뒤편 사당에는 지역 선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지금도 향사를 통해 그 정신을 기리고 있다.


근암서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문경이라는 도시의 역사성과도 깊게 연결돼 있다. 문경은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며 수많은 선비와 상인, 유학자들이 오가던 지역이었다.


문경새재를 넘던 선비들의 발걸음 속에는 학문과 충절, 유교적 가치관이 함께 녹아 있었고, 근암서원은 그러한 지역 정신문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서원 주변 풍경은 계절마다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봄에는 연둣빛 산자락과 어우러진 고즈넉함이 돋보이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서원의 품격을 더한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전통 기와지붕이 깊은 운치를 자아내고, 겨울 설경 속에서는 더욱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인문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전통과 정신문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향사 행사와 전통문화 체험,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원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근암서원은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해 있으며 문경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15~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를 이용하면 접근이 편리하며, 문경새재와 점촌 시내 관광지와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도 적합하다. KTX 문경역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택시나 시내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으며, 자가용 이용 시 내비게이션에 '근암서원'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근암서원은 문화유산의 특성상 조용한 관람이 요구된다. 서원 내부에서는 고성방가나 음식물 반입을 자제하고 전통 건축물 훼손 방지를 위해 지정된 관람 동선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봄과 가을은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사진 촬영과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시기다. 문경새재, 고모산성, 진남교반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하루 일정의 인문·역사 탐방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천천히 걷다 보면 오래된 나무기둥과 기와 아래로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근암서원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한 문화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조용히 되묻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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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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