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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3만 원 아끼려다 100만 원 쓴다...소나무재선충병 ‘뒷북 예산’

2026-07-06 06:00
전준혁 기자.

전준혁 기자.

여름 장마와 태풍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북 포항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초여름 녹음이 우거져야 할 산등성이마다 붉게 타들어가다 못해 하얗게 뼈대만 남은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병에 감염돼 수분을 잃은 소나무는 내부가 스펀지처럼 변한다. 감염 후 2년 남짓 지나면 뿌리와 밑동이 급격히 썩어 들어가, 강풍이나 집중호우가 닥칠 경우 언제든 도로와 민가를 덮치는 시한폭탄, 즉 재해위험목으로 전락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항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시는 상반기에만 민가, 도로, 등산로 주변을 위협하는 재해위험목 약 4천 그루를 베어냈다. "전국에서 포항만큼 재선충병 방제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지자체도 드물 것"이라는 시 관계자의 하소연에 깊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현장의 눈물겨운 사투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의 엇박자, 이른바 뒷북 예산이다. 현재 포항에 남은 감염목은 약 480만 그루에 달한다.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100%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 결국 건강한 소나무에 미리 예방 주사를 놓아 확산을 막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여기서 기막힌 행정의 모순이 발생한다. 살아 있는 나무에 주사를 놓아 고사를 막는 방제 예산은 한 그루당 2만에서 3만 원 선이면 충분하다. 반면, 이 나무가 죽어 중장비를 동원해 재해위험목으로 베어내는 데는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3만 원을 들여 선제적으로 방제하는 것이 산림도 살리고 예산도 절감하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그러나 중앙 부처의 예산 배정 논리는 철저히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당장 나무가 죽어서 쓰러질 것 같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한 수준이 돼야 움직인다. 반면 예방이나 방제에는 세수 부족과 경기 침체를 이유로 예산 배정을 미루거나 삭감하기 일쑤다. 결국 국비 지원이 미뤄지는 사이 예방 골든타임을 놓친 소나무들은 고사목이 되고, 정부는 그제야 몇 배의 혈세를 들여 사후 처리에 나서는 끔찍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이제 단순한 산림 훼손의 문제가 아니다. 방치된 고사목은 시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2차 재난의 원흉이다. 중앙정부는 죽은 소나무를 치우는 것보다 살아 있는 소나무를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재난 대응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한정된 예산을 핑계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행정의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고사목이 덮치기 전에, 선제적 방제로 재난 예방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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