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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실태 분석] 실적목표는 낮추고 성과급은 최고…천태만상 방만운영 실태

2026-07-04 16:20

■대구시 산하기관 감사보고서 62건 전수조사
‘사색의 시간’ ‘패밀리데이’ 등 핑계로 단축근무
각종 업무태만 기반 예산 낭비·도덕적 해이 적발
대구시 ‘솜방망이 처분’이 방만경영 악순환 키웠나

공공운수노조대구지역지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지회가 지난달 24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대구지역지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지회가 지난달 24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노조 제공.

1995년 부활한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올해로 31년을 맞았다. 지자체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린 산하 기관들이 우후죽순 설립됐지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기관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해왔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영남일보는 민선 지방자치시대 부활 이후 각 기관의 예산 집행과 복무 관리, 직무 안정성 등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검증했다. 2013년부터 2026년까지 대구시 산하 1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감사결과 보고서 62건 등을 전수 조사했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총 806건의 지적사항을 구조화해 추출했으며, 이 가운데 환수·징계·고발 등 처분이 내려진 50건과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된 261건을 집중 분석했다.


건마다 △분야(인사채용·계약·예산집행·복리후생·안전 등) △처분 종류(환수·징계·고발 등) △명시된 금액 △기사 가치 및 보도 앵글 △원문 인용구를 뽑아냈다. 특히 금액이 명시되거나 징계·환수·고발이 수반된 건, 채용 비리, 수의계약 남용, 복리후생 과다, 도덕적 해이, 반복 지적사항을 최우선 선별 기준으로 삼았다. 단순 절차나 경미한 행정 착오는 제외했다. 그 결과 총 806건의 지적사항을 추출했다. 이 중 환수·징계·고발 등 처분이 요구된 50건과 금액이 명백히 명시된 261건의 핵심 지적사항을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사색의 시간' 기준 어긋난 복리후생


분석해 보니 대구시 산하 일부 공공기관이 법적 근거가 없거나 상위 기준에 어긋나는 자체 제도를 운영하며 재정을 방만하게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테크노파크는 규정에 어긋난 자체적인 복리후생 제도 운영으로 지적받았다. 대구테크노파크는 법인설립기념일을 임의로 유급휴일로 지정해 연차휴가수당 1억4천100만 원을 추가 지출했다. 또 매일 1시간의 '사색의 시간' 제도를 단축근무 형태로 운영했다.


기관 측은 "사색의 시간은 일과 시간 중 임직원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임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고, 업무효율성을 달성 및 애사심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며 "법인설립기념일 유급휴일은 재단 취업규칙 제정 시점부터 운영돼 온 제도로, 제도 유지 여부 등에 대해 합리적인 개선의 필요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 감사위원회는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은 '법인설립기념일 유급휴일' 및 '사색의 시간' 제도 등 법적근거가 없는 제도는 폐지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패밀리데이' 명목으로 연 2회 조기 퇴근을 '공가'로 부당 처리해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약 2억4천300만 원을 지출했다. 공단은 "'패밀리데이'는 가족친화 제도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조직문화 개선과 직원 복지 증진을 위한 제도"라고 했다. 또한 "해당 제도는 단체협약 및 내부절차를 거쳐 일정 범위 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긍정적 효과와 사회적 순기능도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복리후생 성격의 유급휴가를 단체협약에 근거해 공가로 운영하는 것은 노사 합의만으로 상위 기준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깜깜이 행정으로 세금 '줄줄'


단순한 복무 위반이나 복리후생 문제를 넘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이 새고 있었다.


대구의료원은 연간 117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재정난에도, 이사회 승인 등 적절한 내부 통제 장치 없이 원장 단독 결정으로 약 40억 원 규모의 수당을 임의로 신설·증액했다가 적발됐다.


대구도시개발공사 역시 설계변경을 누락하거나 직접 구매해야 할 자재를 사급 자재로 반영하는 방식 등으로 수십억 원의 예산 낭비 요인을 키웠다.


대구테크노파크는 해산된 펀드에서 발생한 58억6천900만원의 회수금을 12년간 환수하지 않고 보통예금 통장에 방치해 지방재정 운용의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했다.


반면 기관 본연의 사업실적 지표는 하락했다. 대구테크노파크의 연도별 '성과협약서'를 분석한 결과 실적이 목표에 미달한 것에 이어 이듬해 목표치 자체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2024년 성과협약서'에 따르면 2023년 대구테크노파크의 정책사업 규모 실적은 1천6억여 원으로, 당초 목표치인 1천260억 원에 20%가량 미달했다. 이후 2024년 정책사업 규모 목표치는 809억여 원으로 재설정됐다. 불과 1년 만에 목표액을 35% 이상 축소한 것이다.


대구테크노파크 측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국비 사업이 전국적으로 일몰(종료)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대구테크노파크 경영기획실 전략기획팀 김응필 팀장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던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비롯해 다수의 대규모 사업이 전국적으로 종료되면서 전체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 근거 없이 목표를 낮춘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24년 예산 편성 당시 각 부서가 취합한 예상 정책사업 규모는 약 668억 원이었으나 이를 21%가량 상향 조정해 809억 원이라는 도전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기업 지원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들의 목표치도 하향 조정됐다. 2023년 목표치와 비교해 2024년 목표는 △기술이전·기술중개 건수 60건→48건 △기술지원 실적 484건→398건 △마케팅 지원 기업 수 550개→446개 △협의회 운영실적 330회→226회로 각각 축소됐다.


동일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오히려 목표치를 상향한 타 지자체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청년일자리 사업 예산 축소를 이유로 기관 본연의 핵심역량 지표까지 동반 하락시킨 대구테크노파크와 달리, 타 지역은 팍팍한 여건 속에서도 오히려 목표치를 상향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전테크노파크 2024년도 성과계약서'에 따르면 대전은 △지원사업 수혜 기업 수 △참여기업 평균 매출액 및 고용인원 △신규 IP 창출 및 기술이전 등 핵심 고유사업 목표를 전년도 목표치 대비 일제히 2.5%씩 상향 설정했다. 대구와 동일한 국비 일몰 악재 속에서도 지역 기업 지원이라는 기관 본연의 임무 목표는 오히려 높여 잡은 것이다.


◆쪼개기 계약·외부 활동…관리·감독 사각지대


기본적인 복무 관리와 회계 집행에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는 임직원 11명이 허가 없이 15건의 외부 활동을, 25명의 직원이 사전 신고 없이 116건의 외부강의를 해 사례금을 수령했다. 기관 측은 "통합 이전 각 본부별로 겸직 및 외부강의에 대한 규정과 지침이 일부 미비했던 점을 참작해 달라"며 "향후 연 1회 이상 실태조사를 실시해 복무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관리·감독자인 2급 직원에게 시간외근무수당 1천81만 원을 부당 지급해 "수당 적용 범위를 '2급 이하'에서 '3급 이하'로 개정하고, 2급 직책수당의 적정 범위를 재설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에는 부서업무비를 고사 행위 명목으로 단 6명만 참석한 사적 성격의 행사에 67만3천400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통합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 등에서는 3억7천469만 원 규모의 분할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도 적발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의 성과급 지급 기준은 타 지자체 대비 높게 책정됐다.


지방공공기관 통합공시 '클린아이'를 통해 대구, 부산, 세종, 전남, 광주 등의 사회서비스원장 성과계약서를 비교 분석해보니 대구 기관장의 최고 성과급 지급률은 400%로 5개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최고 등급인 '가'등급 달성 시 연봉월액의 400~3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타 지자체의 최고 성과급 지급률은 부산 최대 300%, 세종 최대 250% 수준이었으며, 광주와 전남은 최고 200%로 대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일괄구매가 가능한 물품을 분할 구매해 최대 1천580여만 원의 예산 절감 기회를 놓쳤다. 연구소 측은 "1분기 신속집행 독려 방침에 따라 신속집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1인 견적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시는 "2인 견적 안내공고 기간이 3일에 불과해 신속집행을 이유로 한 분할구매는 인정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지난해 11월17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행정사무감사 진행 모습. <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1월17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의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행정사무감사 진행 모습. <대구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반복되는 관행의 근본 원인…대구시·의회 '구조적 방조' 책임론


산하기관의 부적절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배경에는 느슨한 관리·감독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감사 적발 전까지 직원들의 겸직 사실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관리·감독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산하기관의 고질적인 복무 위반과 솜방망이 처벌은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지난해 11월17일 열린 문화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하중환 시의원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시립예술단원들의 무단 겸직 및 외부 부당 소득(또는 출처 불명의 추가 소득)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하 의원은 "사전 승인 없이 영리 사업체를 운영한 36명이 적발되고 42명의 추가 소득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주의나 훈계 처분에 그쳤다"며 "적발돼도 가벼운 징계로 끝난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팽배해 불법 투잡 관행이 체질화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흥원 측은 "엄정하게 관리해 경각심을 일깨우겠다"고 했다.


◆졸속 통합 후유증에 '구조개편'까지 갈등…노조 "일방적 추진 반대"


내부 기강 해이와 방만경영의 이면에는 2022년 10월 무리하게 강행된 기관 통폐합의 부작용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시는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대구문화재단, 오페라하우스, 대구미술관 등 7개 기관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하나로 통합했다. 하지만 조직만 커졌을 뿐 청년예술가 지원 등 필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최근 대구시가 진흥원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다시 조직 구조개편(분할 등) 작업에 착수했지만, 또다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노조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가 추진하는 구조개편 조직진단 T/F팀에 노동조합 참여를 정식으로 요구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 수십년간 전문성을 쌓아온 직원들의 고용조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구조개편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위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내부의 목소리도 궤를 같이 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소속 한 직원은 "졸속 통합 이후 조직 안정화는커녕 일관성 없는 인사와 일부 단원들의 일탈 행위가 수년째 방치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자율성 보장하되 책임 묻는 '투트랙'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이처럼 산하기관의 부적절한 운영 관행이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처벌의 실효성 부족'과 '과도한 통제로 인한 수동적 조직 문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조광현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적발이 되더라도 가벼운 주의나 훈계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다 보니, 실질적인 신분상 불이익이 없어 관행적인 일탈이 되풀이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강력한 징계 조치와 더불어 시민과 지역 언론의 지속적인 외부감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규제와 통제 위주의 행정 시스템이 오히려 공공기관의 자발적인 책임감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태운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적발이 되더라도 징계 등 불이익이 강하지 않아 부적절한 관행이 되풀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기관에 대한 과도한 통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형성되는데, 정해진 틀 안에서만 수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통제하다 보니 오히려 책임성이 옅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 자발적인 윤리의식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김지혜기자 hellowi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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