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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청소년기 사회적 고립이 남기는 뇌 속 흉터

2026-07-06 06:00

청소년기 사회적 고립이 남기는 뇌 속 영구적인 흉터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026년 공개된 드라마 '참교육'은 무너진 교권과 학교폭력의 현실을 다루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한 학생이 전교생의 따돌림 대상이 되어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지만 주변 학생들은 철저히 방관합니다. 가해자는 권력과 결탁해 처벌을 피하고, 폭력은 희생자를 낳으며 재생산됩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이 등장해 가해자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죠.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런 구원자가 없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집단 따돌림과 고립은 단순히 지나가는 학창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피해자의 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파괴하는 무서운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이 정서적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뇌가 타인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공감 능력의 발달 과정에서 정확히 어느 시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2026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산타크루즈)의 이 주오(Yi Zuo) 교수 연구진이 이 질문의 답을 학술지 '이뉴로'(eNeuro)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인간과 사회적 뇌 구조가 유사한 실험쥐를 활용해, 청소년기 초기의 고립이 성인기의 공감 능력과 정서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정밀하게 추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초기 청소년기의 실험쥐들을 단 2주일 동안만 동료들과 격리해 혼자 지내도록 유도했습니다. 수명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성체가 된 이후까지 미치는 영향력은 놀라웠습니다. 고립을 경험한 실험쥐들은 성인이 된 후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서적 맹목'(emotional blindness) 현상을 나타낸 것입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주변 동료가 힘들어하면 다가가 털을 다듬어주며 위로하는 '위로 행동'(consolation grooming)을 보입니다. 반면 청소년기에 고립을 겪은 쥐들은 성체가 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료와 평온한 동료를 전혀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인지 코드가 뇌 신경회로 안에서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것입니다. 당연히 동료를 위로하거나 도와주는 사회적 행동도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고립되었던 실험쥐들을 성체가 된 후 건강한 동료들이 있는 그룹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친구들과 다시 어울리면 상처가 치유되고 공감 능력도 회복될 것이라 기대하기 쉽겠지만, 성인이 된 쥐들의 공감 불능 상태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잘못 배선되어 닫힌 뇌의 회로는 다시 열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뇌의 발달 타임라인에 있습니다. 청소년기 초기는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공감하는 신경회로가 본격적으로 배선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입니다. 이 시기의 소통과 사회적 자극은 뇌라는 하드웨어 위에 감정 인식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이때 따돌림이나 고립을 겪으면 공감 회로가 연결되지 못한 채 뇌의 발달 창문이 그대로 닫혀 굳어버립니다. 반면 회로가 이미 완성된 성인기의 뇌는 일시적 고립을 겪더라도 감정 추적 능력이 영구적으로 훼손되지는 않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교수의 '뇌 가소성'(neuroplasticity·뇌가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능력) 이론처럼 우리 뇌는 경험에 따라 변화하지만, 청소년기의 특정 발달 창문은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특성을 지닙니다. 드라마 속 사후 대책만으로는 따돌림이 남긴 뇌 속의 영구적인 흉터를 결코 지울 수 없음을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현실에는 드라마 속 구원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구원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청소년들의 교실에서 홀로 위축되어 있는 친구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작은 관심,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뇌 속 공감 회로를 살아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예방주사입니다. 뇌 속의 신경세포는 소통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사회 속의 우리도 이 뇌의 지혜를 함께 배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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