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소장품에서 공동체로: 21세기 공립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독일 카를스루에 시립미술관 스테파니 파트루노 관장의 말이다. '제3의 장소'는 집(제1의 장소)도 아니고, 직장이나 학교(제2의 장소)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자유롭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비공식적인 공공장소를 뜻한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1932~2022)가 정립한 개념이다. 평생을 인간과 도시의 관계를 연구한 올든버그는 건강한 사회의 조건으로 제3의 장소를 꼽았다. 어떤 의무도 없고 모든 이가 평등하며, 유머와 정서적 편안함 속에서 언제든 환영받는 공간이 지닌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파트루노 관장은 실제 이 아이디어를 미술관에 이식했다. 도슨트 투어에 음악과 음료, 자유로운 대화를 결합한 야간 행사 'ARTtoNight'가 대표적이다. 현재 대구미술관은 조용히 사유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엄숙한 '침묵의 공간'에 가깝다. 관람객들은 으레 뒷짐을 지고 숨죽여 작품만 바라봐야 한다. 대구미술관이 제3의 장소이자 '시민의 정서적 해방구'로 인정받으려면 문턱을 낮추고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주말 밤에 전시장에서 음악이 흐르고 음료를 마시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야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대구시민들의 기억을 소장품과 함께 엮어내는 '시민 참여형 기획'도 좋은 대안이다. 내 이야기가 예술이 될 때, 미술관은 '또 하나의 집'이 될 수 있다. 대구미술관에 던진 파트루노 관장의 화두가 꽤 묵직하다.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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