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후보들이 어제 대구에서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대구경북(TK) 경선무대지만, 지역의 미래와 현안을 다룬 정책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 대표 후보들의 일정이 수도권과 호남에 집중되면서 불거진 'TK 패싱' 논란이 대구 현장 연설회마저 정치적 구호로 채워지며 한층 더 짙어졌다. 전국정당을 표방해 온 민주당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TK 패싱의 일차적 원인은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된 '1인 1표제'에 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맞추면서 전체 권리당원의 2%에도 못 미치는 TK지역은 선거 공학적 계산에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TK를 전략지역으로 분류해 득표수에 5%의 가중치를 부여했지만, 명분에 불과하다. TK에서 5% 가중치를 더해봤자 고작 1천여 표 남짓 늘어나는 수준이다. 호남과 수도권의 권리당원 수십만 명의 표심 앞에 5% 가산점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과거 대의원의 무게감이 지역 균형을 보완하던 완충지대가 사라지자, 후보들은 권리당원이 밀집된 호남과 수도권을 향한 득표 효율주의에 매몰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며 시작된 제도가 역설적으로 TK 등 취약 지역의 정치적 지분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인 1표제에 대해 "영남이 정치세력으로서 완전히 존재감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소외가 대구경북의 실제 정책과 예산 소외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사라진 곳에 지역 맞춤형 공약이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설 자리가 없다. 대구 연설회 무대조차 당내 정통성을 강조하는 선명성 경쟁의 장으로 소모되면서 TK 신공항 건설이나 첨단산업 육성 같은 지역 현안은 외면을 받았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험지'의 목소리가 배제된다면, 정치적 소외가 지역 발전의 지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TK 외면은 대구경북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7월 4주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16.8%포인트나 폭락하며 30%대로 주저앉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실상 여권 전체를 향한 TK 민심의 서늘한 경고다. 부동산 이슈나 국정 현안에 대한 불만과 함께, 당정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TK가 배제되고 있다는 무력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험지의 목소리를 잃은 정당은 외연을 확장할 수 없다. 민심의 경고를 외면한 국정 운영 또한 정통성을 얻기 어렵다. 표의 논리에만 갇혀 당세가 강한 지역에만 몰두한다면 민주당은 TK에서 대안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영영 상실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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