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건당 결제액 7천664원, 전년보다 53원 줄어
점포는 3.7% 감소했지만 결제는 543만건으로 ↑
대구 시내 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지난 5월 대구 커피음료점의 카드 결제 건수는 543만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6.0% 늘었다. 이나영 기자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회의 때 또 한 잔."
지난 14일 오전 출근길, 직장인 이모(27)씨는 회사 인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2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샀다. 잠을 깨고 업무를 시작하기 전 머리를 맑게 하려는 것이다. 늘 그랬듯 점심을 먹은 뒤에도 동료들과 다시 커피숍을 찾았다. 오후 회의 때도 커피는 빠지지 않았다. 이날 이씨가 마신 커피는 세 잔, 지출은 7천원이다. 이씨는 "직장인에게 커피는 '수혈' 같은 존재"라며 "하루 세 잔이면 중독인가 싶다가도, 옆 동료들을 보면 나 정도는 보통이구나 싶다"고 했다.
이씨처럼 하루 몇 잔씩 커피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대구의 커피 소비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2천~3천원짜리 저가 커피가 흔해지자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잔을 사 마시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지역 내 점포 수는 오히려 줄었다. 커피를 찾는 사람도, 소비도 매년 느는데 정작 커피를 파는 가게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대구 커피음료점은 평균 5년을 채우지 못했다.
1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에서 영업 중인 커피음료점은 4천366곳으로 전년 동월보다 3.7% 줄었다. 전국은 9만3천591곳으로 1.7%, 경북은 6천129곳으로 0.4% 감소했다.
점포는 줄었지만, 커피에 쓰는 돈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같은 달 대구 커피음료점의 카드 결제액은 416억4천536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5.2% 늘었다. 전국 증가율 14.1%보다 1.1%포인트 높다. 결제 건수도 543만건으로 16.0% 증가해, 전국 증가율 13.4%를 웃돌았다. 점포는 줄어드는데 커피를 사는 횟수도, 쓰는 돈도 전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이 통계의 커피음료점에는 커피 외 음료도 포함된다.
저가 커피가 흔해진 덕에 한 번 결제할 때 쓰는 금액은 오히려 줄었다. 대구의 건당 결제액은 7천664원으로 전년 7천717원보다 53원 적다. 같은 기간 전국은 7천791원에서 7천841원으로 50원 늘었다. 결제 건수는 늘었는데 한 번에 쓰는 돈은 작아진 것이다. 값싼 커피를 자주 사 마시는 소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커피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이들도 늘었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새로 문을 연 커피음료점은 72곳으로 전년 동월보다 7.5% 증가했다. 반면 같은 달 전국 신규 점포는 1천339곳으로 17.1% 줄었고, 경북도 87곳으로 17.9% 감소했다. 전국은 창업이 뜸해지는데 대구에서는 문 여는 가게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점포가 늘면서 정작 업주가 손에 쥐는 몫은 넉넉지 않다. 2024년 기준 대구 커피음료점의 평균 연매출은 1억1천309만원으로 전국(1억2천324만원)의 91.8% 수준이다. 다만 증가율은 대구가 10.55%로 전국(9.61%)보다 높다. 오래 버티기도 쉽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대구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4천383명, 평균 존속연수는 4년 4개월에 그쳤다. 창업은 늘어도 5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같은 대구 안에서도 구·군별 격차는 컸다. 2024년 기준 평균 연매출은 달성군이 1억3천4만원으로 가장 많고, 군위군이 7천10만원으로 가장 적다. 서구는 평균 연매출이 28.56% 늘어 대구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카드 결제액도 33.7% 늘고 영업 점포도 3.9% 증가해, 매출·결제·점포 세 지표가 모두 오른 유일한 지역이다. 반면 북구는 폐업(13곳)이 신규(11곳)를 넘어섰다.
경북의 커피 소비는 대구와 또 달랐다. 점포 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카드 결제액은 458억4천688만원으로 17.4% 늘어, 증가율이 대구와 전국을 모두 앞질렀다. 눈에 띄는 건 한 번에 쓰는 결재액이다. 경북의 건당 결제액은 9천695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1천854원 많다. 대구가 '싼 커피 여러 잔'이라면, 경북은 한 잔을 마셔도 값을 더 치른 셈이다. 도심이나 관광지에는 2천~3천원대 저가 프랜차이즈가 촘촘히 들어서 있지만, 경북의 상당 지역은 그렇지 않다. 개인 카페나 소규모 매장이 많아 한 잔 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매겨진 탓이다.
국내 커피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1일 2024년 국내 커피 제품 시장 규모가 3조7천359억원으로 2018년보다 35.6% 늘었다고 밝혔다. 원두 등 볶은커피가 1조3천225억원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했고, 2018년 이후 연평균 15.8% 성장했다. 다만 이 통계는 원두·커피믹스·캔커피 등 제품 시장으로, 커피전문점 매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지영
봄날의 햇살같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