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0 100m 세계신기록·200m 대회신기록 ‘켄튼 브라운’ 인터뷰
육상선수 출신? 원래 직업은 미국 텍사스 출신의 정신과 전문의
“60세 넘어 지인 권유로 육상 시작” 놀라운 실력으로 세계 제패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미국의 켄튼 브라운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노진실 기자
"제 나이가 80살이 넘었다고요? 아마 '잘못된 소문'일 겁니다. 하하하"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만난 켄튼 브라운(82·Kenton Brown)씨가 인터뷰 도중 나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이같이 말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방금 전 힘든 육상 경기를 치르고 온 사람답지 않게 여유가 묻어 나왔다. 그의 말대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1944년생, 미국 텍사스에서 온 브라운씨는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마스터즈 육상 선수다.
브라운씨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그의 유니폼 위에 있는 'M80' 표시를 보고도 실제 나이가 선뜻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경기력과 스피드가 남달랐다.
그는 지난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남자 80세 연령그룹 100m 결승전에서 14초16의 기록을 세우며, 마스터즈 세계 신기록(WR)은 물론 대회 신기록(CR)까지 갈아치웠다.
당시 브라운씨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대구에서 세계 신기록과 대회 신기록이 세워졌다. 기존에 이 부문 마스터즈 세계 최고 기록은 14초21, 대회 최고 기록은 14초31이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 사이에서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저런 스피드가 나오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제 기존 기록을 경신하게 돼 기뻤습니다. 기록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렇게 빨리 달렸을 줄은 몰랐거든요." 브라운씨가 100m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신기록은 그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미국의 켄튼 브라운 선수가 200m 경기가 끝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노진실 기자
브라운씨의 기록은 200m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30초1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또 한번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경기 직후 브라운씨는 기자에게 "오늘 경기는 꽤 힘들었다"며 "비가 오고 맞바람까지 불어 달리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전 세계의 동년배 선수들을 다 제치고 금메달을 두 개나 따낸 브라운씨는 '육상선수 출신'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반전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의 실제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다. 평생 의사로 살아온 그는 60세가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저와 함께 소프트볼을 하던 친구가 제가 '정말 빠르다'며 텍사스 시니어 게임(Texas Senior Games)에 나가서 뛰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나갔고, 별도로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경기들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일을 제대로 계속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죠. 그래서 트레이너까지 구했어요." 브라운씨가 육상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50세 이상 시니어 선수들을 위한 종합 스포츠 축제인 텍사스 시니어 게임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출전,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남자 80세 부문 2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켄튼 브라운씨가 시상대에 오른 모습. 노진실 기자
'경쟁'을 즐긴다는 브라운씨는 느지막이 시작한 육상에서 결국 세상을 제패하고 말았다.
"저는 원래 경쟁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경주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육상이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제게도 훈련은 힘들어요(웃음)."
그는 이번 대구 대회에서 자신의 목표를 모두 이루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제 목표는 100m와 200m 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따는 것과 개인 최고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이루게 됐습니다. 저의 육상 여정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우연히 시작됐지만, 상상 이상의 보람을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이번이 첫 대구 방문이라는 브라운씨는 "대구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매우 현대적인 도시인 것 같고, 사람들도 무척 친절합니다. 대구에는 다양한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 국물 요리가 많았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브라운씨와 동행한 그의 아내는 "며칠 뒤면 남편의 생일인데, 이번에 대구에서 딴 금메달이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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