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구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 현장 도입된 ‘WBGT 5단계 의무지원’
체감온도 넘어 습도·일광 종합 반영… 중장년층 온열질환 예방 핵심 가이드로 주목
대구시의사회 제공.
오는 3일 막을 내리는 '2026 대구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WMAC)'에는 전세계 90여 개국, 1만1000여 명의 동호인 선수들이 참가해 트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가을의 길목인 9월 초까지 이어지는 늦더위와 높은 습도는 비단 현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증진과 체력 관리를 위해 야외에서 조깅, 등산, 라이딩을 즐기는 지역 생활체육인들에게도 온열질환 경보등이 켜졌다.
대구시의사회가 이번 대회를 맞아 선제적으로 마련한 'WBGT 기반 폭염 대응 의무지원 가이드라인'은 대회 현장의 선수들 뿐만 아니라 야외 운동을 즐기는 일상 속 생활체육인들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35세 이상 '마스터스 선수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다. 35세가 넘어서면 신체의 체온 조절 능력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습도가 높은 무더위 속 무리한 야외 운동이 자칫 '건강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 35세 넘으면 땀샘 기능 떨어져… '대사열' 배출에 비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뙤약볕 아래를 고강도로 달리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의학적으로 35세는 인체의 체온조절 능력이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한 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피부 땀샘의 밀도와 기능이 저하되고 피부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피부 바깥으로 방출하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달리기나 육상 경기처럼 신체 내부에서 막대한 대사열이 쏟아져 나오는 고강도 운동을 지속할 경우, 35세 이상 선수군의 체온 상승 속도는 청년층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가파르다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가 35세 이상 마스터스 선수군에게 일반 관중이나 젊은 엘리트 선수보다 훨씬 엄격한 온열 임계값을 적용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필수 안전 지표로 제시된 것이 바로 '습구흑구온도(WBGT, Wet Bulb Globe Temperature)'다. WBGT는 단순히 기온만 측정하는 기존 온도계와 달리 기온, 습도, 복사열, 풍속을 종합적으로 합성해 인체가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지표다.
대구의사회 관계자는 "습도가 높으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에 실패한다"면서 "9월 늦더위 속 야외 운동 전에는 단순 기온보다 습도를 함께 고려한 WBGT나 체감온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BGT 지수별 맞춤 전략…25도 넘으면 '사전 냉각'
이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온열지수(WBGT)별 운동 및 대응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지수가 22~24.9도로 올라가는 '주의' 단계부터는 운동 전 몸풀기(워밍업) 시간을 대폭 줄이고 중간휴식과 음수 횟수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25~27.9도에 도달하는 '경계' 단계부터는 적극적인 인체 냉각 전략이 요구된다. 운동을 개시하기 전 찬 음료를 마시거나 몸을 차갑게 식혀두는 '사전 냉각(Pre-cooling)'이 필수적이며, 운동 중간마다 찬물에 적신 스펀지나 물 스프레이를 활용해 피부 표면의 열을 강제로 낮춰주어야 한다. 28도를 넘어서는 '위험' 단계에 이르면 고강도 야외 운동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실내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상에선 스마트폰 '체감온도' 확인해야
문제는 WBGT가 흑구온도계 등 특수 장비가 필요한 지수라 일반인이 직접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야외 운동 여부를 판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날씨 앱이나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체감온도'와 '상대습도'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기상청의 체감온도 산출 공식은 WBGT와 마찬가지로 기온과 습도의 영향력을 정밀하게 반영한다.
실생활 간이 판단법도 유용하다. 기온이 28도 안팎이라도 습도가 70~80% 이상으로 올라가면, 실제 체감온도와 WBGT 지수는 곧바로 30도를 웃도는 '위험' 단계에 도달한다. 따라서 야외 운동에 나서기 전 스마트폰 날씨 앱에서 '기온' 대신 '체감온도' 수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 "병원 이송보다 현장 냉각이 먼저"
야외 운동 중 어지럼증, 두통, 구토, 근육 경련 등 온열질환의 초기 의심 증상이 발생했다면, 골든타임을 지키는 핵심 명제는 "병원 이송보다 현장 냉각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체온을 즉시 낮추지 못한 채 이송 시간만 지체될 경우 주요 장기 손상이나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를 즉시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통풍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켜진 실내로 신속히 이동시켜야 한다. 이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얼음주머니나 찬물에 적신 타월을 대어 신체 중심 체온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조치가 시급하다.
수분 보충은 환자의 의식이 명확할 때만 이온음료나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해야 한다.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혼미한 상태에서 음료를 억지로 먹이면 기도로 들어가지 않고 기도 폐쇄나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스포츠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신체 변화에 귀 기울이고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절제가 가을철 건강 수칙의 시작과 끝이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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