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의 장벽을 뛰어넘어라”,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100년 기업의 비전
인터뷰에 응하는 정혜순 정우하이텍(주) 대표이사.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철학과 경상북도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으로서 동료 기업인들과 함께 만들어갈 상생 생태계 및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남정해 기자
"돈을 목적에 두기보다 일 자체를 즐기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일에 몰입하고 즐긴 것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입니다."
현장에서 30년 넘게 몸으로 체득한 경영 철학을 담담히 밝히는 정혜순 정우하이텍(주) 대표이사의 말이다.
기계음 가득한 자동차 부품·금속 제조 현장은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북 영천의 거친 현장 속에서, 오직 정밀 가공 기술과 차별화된 특허 기술만으로 당당히 강소기업을 일궈낸 여성 경영인이 있다. 마흔여섯, 중고 커팅기 1대가 전부였던 임대 공장에서 시작해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을 세우기까지 그의 여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탁월한 경영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아 2025년 경상북도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이제 동료 여성 기업인들을 이끄는 든든한 멘토로 활약 중이다.
현장의 미세한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섬세함과 따뜻한 소통으로 지역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정 대표. 그의 진솔한 경영 스토리와 내일의 비전을 들어본다.
◆ 20년 현장 내공과 46세의 결단… 중고 커팅기 1대가 만든 반전
정 대표는 창업 전 자동차 부품 협력사에서 20년 동안 현장 실무와 영업을 두루 거치며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이후 46세가 되던 해, 영천의 한 임대 공장에 중고 커팅기 한 대를 들여놓으며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창업 초기에는 설비를 24시간 내내 풀가동할 정도로 밤낮없이 매진한 끝에 사업의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정우하이텍이 한 단계씩 도약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정 대표의 과감한 결단과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다. 설립 2년 만에 네덜란드산 고성능 커팅 설비를 전격 도입해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작업 동선을 사전에 철저히 재정비하는 집념을 발휘하며, 위기를 오히려 추가 물량 수주의 기회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정우하이텍은 2018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어 같은 해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며, 단순 임가공 업체를 넘어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집약형 기업으로 완벽하게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 "기술이 성별을 이긴다"… 독자적 특허와 '불량률 제로'의 품질 경영
여성 대표나 관리자를 찾아보기 힘든 제조업 현장에서, 창업 초기 그가 마주해야 했던 회의적인 시선과 편견의 벽은 결코 낮지 않았다. "여성이 자동차 부품 현장과 기술 생태계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정 대표는 편법 대신 '대체 불가능한 현장 실무 능력'과 '독자적인 기술 전문성'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기술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슬로건은, 30년 넘게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자 경영 철학이 되었다.
정우하이텍을 이끄는 원동력은 '기술 혁신', '품질 우위', '사람에 대한 신뢰'라는 3대 원칙이다. 정 대표는 단순한 하청 구조만으로는 원가 절감 압박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이겨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의 생산 구조로 과감한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그 결과 파이프 부재 가공용 복합금형, 중량감응식 적재조절장치, 파이프 복합 성형장치, 파이프 웰딩심 감지시스템 등 다수의 독자적인 특허를 확보하며 현장의 고질적인 애로사항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인증을 연이어 획득했다.
나아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파트너기업으로 지정되고 정부 R&D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대외적인 공신력을 다졌다.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고집도 이어졌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품질경영시스템인 IATF16949 인증 기준을 현장에 엄격하게 적용했으며, 공정 자동화와 정교한 검사 프로세스를 구축해 '불량률 제로'의 완벽함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로 영천시 Pre-스타기업 및 스타기업 재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2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경상북도 중소기업 대상 여성기업 부문 2회 수상 등 수많은 공로를 인정받으며 명실상부한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12월 영천시 스타기업상 수상 장면. 본인 제공
◆ 섬세한 소통 리더십과 '클린사업장'… 지역 청년과 함께하는 일터
거친 제조 현장이었지만, 정 대표는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한 소통으로 조직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남성 중심의 환경에서 소홀해지기 쉬운 작업장 안팎의 위험 요소들을 꼼꼼하게 살폈고, 근로자들의 작업 동선과 피로도를 줄여주는 환경 개선을 이뤄내며 마침내 '클린사업장' 지정을 이끌어 냈다.
현장 직원의 안전을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살뜰히 챙긴 진심은 깊은 결실로 이어졌다.
위험성평가 우수 사업장 인정은 물론,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기업 인증을 꾸준히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청년들이 이곳에 든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경북기계금속고, 경북휴먼테크고 등 특성화고를 비롯해 수성대, 경북대와 같은 지역 대학들과 산학협력 및 일학습병행제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며, 누구나 안심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 270여 회원사 이끄는 경북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 실천적 지원과 사회적 상생
2025년 경상북도여성기업인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 대표는 현재 경북도내 270여 개 회원사의 든든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네트워킹의 한계나 자금 조달,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B2B 거래를 활성화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우선구매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힘쓰고 있다. 아울러 기업부설연구소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R&D 컨설팅을 도입해 기술 혁신과 인력 수급이라는 현장의 숙제를 함께 풀어가는 중이다.
정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북지역인적자원위원회와 경북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을 발판 삼아, 청년과 기업을 잇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도내 여성기업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기업이 거둔 성과는 결국 지역사회의 신뢰와 성원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눔에도 진심이다. 2023년 10월 인근 공장에 큰 불이 났을 때는 소방관들을 위해 식사와 물품을 발 빠르게 지원했으며, 용평마을 양로원 봉사와 기부, 고향사랑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천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에는 공동 연구를 위한 검사 설비와 공정 자동화 지원,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생활 인프라 확충을 제안하는 한편, 기업들에는 자체 연구소 설립과 특허 확보, 산학협력을 통한 핵심 인재 양성에 동참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2023년 12월 경상북도 중소기업 대상(여성기업 부문) 수상 후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혜순 대표. 본인 제공
◆ 미래 모빌리티 선도와 후배 여성 기업인을 향한 이정표
정우하이텍은 친환경, 지능화, 경량화라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춰 연구 역량을 한층 더 높여가고 있다.
독자적인 특허 기술을 발판 삼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부품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 나아가 청년들이 꿈을 키우며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100년 상생 기업'을 일구는 것이 정우하이텍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 도전하는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는 "실력과 기술력만 있다면 그 어떤 고정관념의 장벽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다"며 따뜻한 용기의 메시지를 건넨다.
현장의 도면과 공정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독자적인 기술력과 엄격한 품질 기준을 세워나간다면, '성별'이라는 프레임은 오히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단단한 경쟁력으로 승화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디테일에 강한 정교한 시선과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리더십으로 정책 네트워크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때, 비로소 새로운 기회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우하이텍은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끊임없는 혁신과 포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내일을 밝히는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정우하이텍(주) 직원이 영천시 용평마을 양로원을 찾아 사랑 나눔을 위한 자매결연 협약식 체결과 함께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본인 제공
남정해
영남의 내일을 열고 심장을 뛰게 할 뉴스를 만들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