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912025177520

문 닫아도 못 치운다…대구 도심 흉물 된 ‘방치 주유소’

2026-09-12 16:19

펜스·매매 현수막만 남긴 채 방치…안전 우려
2년 반 새 49곳 휴·폐업…철거·토양 정화에 수억원
부지 매각도 난항…시설 관리·새 활용 방안 필요

지난 7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폐업 주유소에 복사기와 냉장고 등 폐기물이 쌓여 있다. 이곳은 새 입주자를 구한 뒤 부지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성태 수습기자

지난 7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폐업 주유소에 복사기와 냉장고 등 폐기물이 쌓여 있다. 이곳은 새 입주자를 구한 뒤 부지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성태 수습기자

대구 도심 곳곳에서 흉물로 방치된 휴·폐업 주유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쓰임을 찾지 못한 채 문을 닫은 주유소로 인한 경관 훼손과 안전사고 문제, 우범지대 우려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경영난으로 영업을 접어도 철거·토양 정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부지 매각도 여의치 않아 시설 정리가 늦어지는 게 주유소 방치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펜스와 매매 현수막만…도심 흉물 된 '방치 주유소'


지난 7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휴업 주유소 입구가 펜스로 막혀 있다. 기둥 사이에는 주인 직접 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지난 7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휴업 주유소 입구가 펜스로 막혀 있다. 기둥 사이에는 '주인 직접 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지난 7일 오전 9시쯤 찾은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폐주유소. 높이 약 2m의 펜스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기둥 사이에는 '주인 직접 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해 9월 휴업을 신고한 뒤 1년 가까이 영업을 멈췄지만, 주유소 시설은 펜스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 찾은 서구 평리동의 또 다른 폐주유소도 '정품·정량' 간판 아래 각종 폐기물이 쌓여 있었다. 복사기와 냉장고, 오토바이 위로 하얀 먼지가 내려앉았고, 노란 입간판에 붙은 안내문은 색이 바래 글씨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안전 제일' 띠 너머로는 유류 저장시설이 있던 자리가 깊게 파여 있었다. 이곳은 경영난으로 휴업과 영업 재개를 반복하다 올해 7월 문을 닫았다. 익명을 요구한 주유소 부지 임대인 A씨는 "2023년 4월 임차인이 들어왔는데,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2년 사이 펜스를 쳤다가 걷기를 반복했다"며 "밀린 임대료만 약 6천만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폐주유소가 도심 속 골칫거리로 전락한 점이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설물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하에 유류 저장탱크가 그대로 남아 있어 안전사고와 토양오염 등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폐주유소 일대가 우범지대로 악용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강해(38·대구 동구)씨는 "밤에 산책하다 텅 빈 주유소 앞을 지나면 무섭게 느껴진다"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혹시 불이 나면 크게 번지거나 폭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쩔 수가 없다"…철거비·매각 난항에 길어지는 방치


대구 지역 주유소 휴·폐업 현황. 이미지=Gemini

대구 지역 주유소 휴·폐업 현황. 이미지=Gemini

휴·폐업 주유소가 도심 흉물로 남게 된 배경에는 철거·정화 비용 부담과 부지 매각의 어려움이 맞물려 있다. 경영난으로 영업을 접은 뒤 시설을 정리할 여력도, 부지를 사들일 매수자도 찾지 못하면서 방치가 길어진 것이다.


현재 대구에선 휴·폐업한 주유소가 잇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6개월간 지역에서 휴·폐업을 신고한 주유소는 모두 49곳이다. 이 기간 지역별로는 북구 7곳, 남구 7곳, 서구 3곳 등이다. 2024년과 지난해 각각 18곳이 문을 닫았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모두 13곳이 휴·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돼 전년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휴·폐업 주유소 발생은 꾸준한데,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론 시설과 부지를 정리·처분하는 부담감이 높다는 데 있다. 다른 용도로 부지를 활용하려면 주유기와 간판뿐 아니라 지하 유류저장탱크 등 기존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기름이 새어 토양이 오염됐다면 오염 범위와 정도를 조사해 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 많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들어 경영난에 몰린 업주에게는 사업을 정리하는 일마저 쉽지 않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부 도명화 사무국장은 "폐업 절차 자체보다 원상복구와 토양 정화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게 문제"라며 "지하 탱크를 철거하는 데 최소 5천만원이 들고, 토양 정화 비용은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 사무국장은 휴·폐업 주유소 부지를 매매하려는 이들이 전무하다는 점도 애로사항 중 하나라고 피력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주유소 부지가 매물로 나와도 선뜻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결국 매각하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되는 수순이다. 시설 정리를 미룬 채 새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주유소는 도심의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고 전했다.


휴·폐업 주유소 방치를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영업 정지 등의 행정처분만을 내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북구청 경제정책과 한 직원은 "휴업에 따른 영업 재개 여부와 폐업으로 인한 시설 철거 등을 행정이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행정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안내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방치된 주유소 시설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입지와 사업성을 고려한 민간 차원의 부지 활용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대 김준우 교수(도시계획공학과)는 "주유소 부지는 도심에서 공간적·시각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장기간 방치되면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공공이 모든 부지를 원상 복구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행정 권한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민간 차원에서 휴게공간과 전기차 충전소를 접목하는 등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구경모(대구)

대구 서구와 북구를 맡고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안성태

안녕하세요. 안성태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