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누계 세관 수출액 309억달러, 무역협회 수출액 155억달러
갤럭시 글로벌 공급망 확대 영향…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기준선 아래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올해 8월말 현재 구미세관을 통한 수출액이 309억2천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6% 증가하며 2014년 이후 12년 만에 구미세관 기준 수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자제품이 239억3천500만달러로 전체의 77.4%를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구미시 수출액은 155억3천739만달러다. 구미세관 실적의 50.2% 수준이다. 153억8천여만달러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출 300억 달러를 넘은 2014년 구미세관 수출액은 325억1천631만달러, 한국무역협회 기준 구미 수출액은 323억3천729만달러로 99.4%가 일치했다. 당시에는 구미세관 수출을 사실상 구미지역 수출로 봐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올해는 비율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두 통계가 벌어지는 출발점은 집계 기준의 차이다. 구미세관 통계는 구미세관 통관 기준으로 구미뿐 아니라 김천·상주·문경·안동·영주·의성·봉화·예천과 칠곡 일부까지 관할한다. 한국무역협회 지역별 통계에는 생산지 정보가 활용된다. '어느 세관을 통해 해외로 나갔느냐'와 '어디에서 생산됐느냐'의 차이다.
국가별 실적을 보면 격차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올해 1~8월 구미 세관을 통한 베트남 수출은 78억2천100만 달러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통계에서 구미시의 베트남 수출은 10억8천391만 달러로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격차의 주요 배경에는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구미 사업장)를 중심으로 한 갤럭시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있다. 구미사업장은 국내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동시에 베트남 등 해외 생산공장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구미에서 생산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 등이 국내에서 조달돼 구미 세관을 통해 해외 생산법인으로 공급된다.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일부 품목은 베트남 현지 조달보다 국내에서 확보해 보내는 방식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물량은 구미 세관을 통해 수출되기 때문에 세관 통계에는 잡히지만 생산지가 구미가 아니면 한국무역협회 구미시 수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구미에서 직접 생산된 제품의 수출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기준 구미 수출도 올해 1~8월 전년 동기보다 22.7% 증가했다.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은 47억1천742만 달러로 23.8% 늘었고 스마트폰은 38억1천906만 달러로 97.9% 증가했다. 두 품목만 85억3천648만 달러로 구미 전체 수출의 약 55%를 차지한다.
다만 수출액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역 제조업 전반의 체감경기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올해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96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76보다 20포인트 상승했고 전국 평균 86보다 10포인트 높았지만 기준선 100에는 미치지 못했다. 업종별 온도차도 컸다. 기계·금속은 107로 기준선을 넘어섰고 전기·전자는 100을 기록했다. 반면 섬유·화학은 81, 기타제조업은 87에 머물렀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은 103으로 기준선을 웃돌았지만 중소기업은 93이었다.
수출 호조에도 기업들이 완전히 낙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조사 기업의 62%는 올해 영업이익이 당초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 수준 달성은 23%, 초과 달성은 15%에 그쳤다.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원자재·에너지 등 생산비용 상승으로 39%를 차지했고 판매·수주 여건 악화가 30%로 뒤를 이었다.
환율 부담도 적지 않다. 조사 기업의 72%가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정하다고 본 원·달러 환율은 평균 1천344.6원이었다. 조사 당시 환율 1천397.7원보다 50원 이상 낮다.
결국 현재까지 구미 경제는 수출 외형의 빠른 성장과 기업 현장의 수익성 회복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는 모습이다. 구미세관 수출은 이미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구미에서 직접 생산된 제품의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업종과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번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심규정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기업유치팀장은 "삼성의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등 대형 투자의 효과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도록 지방의 세 부담을 낮추고 지방투자보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의 로봇 투자가 지역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민관협치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