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국대학교 라운지에서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고 있다. 국립경국대 제공
경북지역 외국 유학생수가 2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학은 물론 지자체들도 청년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단순한 유학생 유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대학을 나온 인재들이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청년 인구 확충과 함께 이들을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게
그래프=Gemini, 자료=교육부
2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경북 외국인 유학생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도별로는 2022년 6천306명, 2023년 7천528명, 2024년 1만1천334명, 2025년 1만6천109명, 2026년 2만2천456명을 기록했다. 불과 4년새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특히 학위과정 유학생 수가 1만8천736명으로 급성장했다. 이에 박선영 경북도 대학청년과장은 "외국인 학생 유치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학위과정 중심으로 구조를 잡아 온 결과"라며 "학위과정 유학생은 졸업 이후 취업과 정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단기 어학연수가 아니라 학위를 목표로 경북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경북뿐만 아니라 국내 외국인 유학생수는 2021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 2022년 16만6천892명에서 2024년 20만8천962명, 2025년 25만3천434명을 기록한 뒤 올해 30만명(30만7천464명)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 고등교육기관 재적학생(307만2천261명)의 7.3%를 차지하는 수치다.
국가별로는 베트남(31.5%), 중국(25.7%), 우즈베키스탄(6.8%), 네팔(6.5%), 몽골(5.6%) 등 아시아 국가가 90% 이상 차지한다.
경북도 역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유학생 유치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베트남·우즈베키스탄·몽골·키르기스스탄·인도네시아 5개국에서 '경북학당'을 운영 중이다. 현지에서 한국어와 경북학을 미리 가르쳐 유학생을 발굴하고, 대학 간 교류도 지원한다.
유학생이 지역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K-Social 과정'을 통해 한국어와 경북학 교육을 이어간다. 자연·공학계열 석·박사 유학생에게는 졸업 후 3년간 경북에 정착하는 조건으로 전 학기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캠퍼스 실습인턴제'로 지역 기업과 유학생을 연결하거나 특정활동(E-7) 취업 요건을 완화해 체류 경로를 마련해 주고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 외국인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은 물론 정주여건 개선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 역시 내년부터 지역산업과 연계해 취업·정주 성과를 낸 우수 학과를 집중 지원한다.
이상수 경북도 지방정부전략국장은 "유학생을 늘리면서 학위과정 증가율까지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은 유치와 내실 어느 한쪽도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3만명 유치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되, 유학생이 경북에서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데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어학당부터 문화체험, 유학생 축제까지
지난 7월 29일 국립경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어학당 수료식'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경국대 제공
국립경국대학교 한 강의실 앞 왁자지껄한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강의실 안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서로 대화하며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한자리에 둘러 모여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국립경국대가 마련한 '버디 프로그램 다과회'였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음식을 함께 만들며 얼굴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국립경국대는 외국인 학생이 점차 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국립경국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어학당 학생은 모두 156명이다. 대학원생 86명을 비롯해 학부생 34명, 어학연수생 36명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강의실 안팎을 넘나든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외국인 유학생 문화교류 페스티벌'은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행사다. 한국어 발표와 K팝 공연, 영상 발표 등을 통해 그동안 배우고 준비한 것을 선보인다. 연 4회 운영하는 외국인 학생 문화교류 프로그램에서는 캠퍼스를 벗어나 한국과 경북의 문화를 접한다.
한국어학당 학생들을 위한 문화체험도 학기마다 한 차례씩 진행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지역의 전통과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자리다. 한국인 재학생과의 만남은 일상으로 이어진다. 국제교류대사가 참여하는 버디 프로그램과 학부 멘토링을 통해 유학생들은 캠퍼스 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다. 국제교류대사는 학교 안내와 수강 신청, 학생증 발급을 돕고 병원이나 은행을 이용할 때도 동행한다. 함께 수박화채를 만든 다과회 역시 학생들이 가까워지는 기회가 됐다.
베트남 출신 학부생 응우옌 칵 피(20)씨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에 몰랐던 한국, 특히 경북의 전통과 생활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체험하면서 한국에 대해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 한동대학교에도 60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270명이 재학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을 비롯해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네팔, 인도, 카자흐스탄,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등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외국인 신입생은 입학 전 'HIFA(Handong International Freshman Academy)'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와 학문 기초를 익히고 한국 문화 적응을 준비한다. 입학 후에는 영어 강의를 중심으로 한국인 재학생과 같은 강의실에서 전공 수업을 듣고, 장학금과 기숙사, 멘토링, 학업 상담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지원을 받는다.
국제학생회(ISU)를 중심으로 선후배가 서로의 캠퍼스 생활을 돕는 문화도 자리 잡았으며, 학업을 마친 뒤에는 외국인 학생 졸업식을 따로 열어 모국과 세계 각지로 떠나는 이들의 새 출발을 함께한다. 이 같은 지원 체계는 최근 발표된 '2027 코리아타임스 국제화 우수대학 평가'에서 장학금·교육비·기숙사 등 유학생의 재정·주거 지원을 평가하는 학생 지원 분야 전국 2위로 이어졌으며, 평가팀은 학생이 체감하는 지원에 자원을 집중한 대학의 사례로 한동대를 꼽았다.
한동대에서 공부하는 르완다 출신 유학생 조지안 무카이센가(23)씨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입학 전 HIFA 과정에서 한국어와 한국 생활을 미리 배운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교수님들의 헌신 덕분에 학업과 신앙 모두에서 성장했고, 공동체를 섬기는 삶을 먼저 보여 준 선배들은 든든한 멘토가 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나라와 문화,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 친구들과 함께 살며 배우다 보니 한동은 나의 두 번째 집이 됐고,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구미 3개 대학 외국인 유학생 지역정착 위해 '맞손'
지난 28일 구미대에서 구미지역 3개대학 외국인 유학생 대표가 새로운 대학 생활을 약속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구미대 제공
구미지역 3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맞이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입학생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이던 해묵은 관행에서 벗어나 외국인 학생들의 대학 생활과 지역 정착을 함께 책임지는 협력 모델을 시작한 것이다.
구미대·국립금오공대·경운대로 구성한 메가유니버시티(MEGAversity) 연합대학은 지난 28일 구미대 본관 강당과 글로벌 라운지에서 2학기 신입 유학생을 위한 '이룸(E) 프로젝트'를 열었다. 행사에는 10개국 유학생 232명이 참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경북도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앵커(Anchor)'사업의 일환이다. 앵커 체계는 유학생들의 '대학 진학→기업 취업→지역안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룸 프로젝트도 낯선 한국에서 새 학기를 맞은 유학생들이 스스로 대학 생활을 설계하고 졸업 후 진로까지 구상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3개 대학은 유학생 대표 선서 이후 'MEGAversity 연합대학' 소개를 통해 대학 간 협력 취지와 공동체 비전을 공유했다. 연합대학은 구미·금오공대·경운대 간 교육·인적·지역 자원을 연계하고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추진하는 협력체다.
이어진 무대는 유학생들이 직접 채웠다. 네팔 유학생들은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를 열었고, 키르기스스탄 유학생은 '한국 생활 노하우 베스트 5'를 소개했다. 베트남 유학생은 학업과 정착 생활을 주제로 발표해 한국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문화 차이를 나눴다. 학생들은 이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과 국적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승환 구미대 총장은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지역 기업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새로운 직무·정주 환경이 필요하다"라면서 "3개 대학이 힘을 합쳐 지역 발전에 기여할 유학생 인재 양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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