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m 연도교에 번진 무지갯빛…별빛·파도소리 어우러진 가을밤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워”…야간개장에 찾은 관광객들 탄성
10월 말까지 오후 9시 개방…연도교 구간까지만 탐방 허용
울릉도 본섬과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 전경. 홍준기 기자
검은 바다 위로 무지갯빛 다리가 놓였다. 절벽 아래에서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붉고 푸른 조명이 어둠 속 바다를 물들였다. 고개를 들면 별빛이 반짝이고 발아래에서는 파도소리가 밀려왔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이 눈길을 끌던 울릉도 관음도가 밤이 되자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지난 2일 밤 울릉군 북면 섬목 관음도. 매표소를 지나 해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산책로를 따라 설치된 조명이 길을 밝혔다. 본섬과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광객들은 걸음을 늦췄다. 다리 위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밤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머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길이 140m인 연도교에 올라서자 난간과 케이블을 따라 이어진 조명이 다리를 붉은색과 파란색,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별빛 아래 검은 바다가 펼쳐지고,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흰 포말을 일으켰다. 화려한 조명 너머로 울릉도 바다의 거친 숨결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관음도를 찾은 한 가족은 야간개장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가 기대 이상의 풍경에 감탄했다고 했다. 울릉도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는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이들은 "야간개장을 한다고 해서 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다"며 "별빛과 어우러진 연도교에 올라서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릉도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는 가족들이 야간개장 소식을 듣고 방문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군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관음도를 한시적으로 야간 개장하고 있다. 기존 운영시간보다 2시간 연장해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안전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관음도 내부 탐방로는 개방하지 않고, 본섬과 연결된 보행 연도교 구간까지만 출입을 허용한다. 진입로에는 임시조명을 설치했으며 현장에는 안전관리 인력 1명을 배치했다.
관음도는 면적 7만1천405㎡, 높이 106m, 둘레 약 800m에 이르는 무인도다. 죽도와 독도에 이어 울릉도 부속섬 가운데 세 번째로 크다. 2012년 본섬과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이면서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됐으며, 북동쪽 절벽에는 높이 약 14m의 관음쌍굴이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화산지형과 다양한 식생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야간개장은 낮에 집중됐던 울릉도 관광의 시간대를 넓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울릉도는 해가 진 뒤 즐길 수 있는 관광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낮에 보던 바다와 절벽도 밤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관음도의 밤이 울릉도 관광의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길이 140m 연도교 난간과 케이블이 붉은색과 파란색, 분홍색으로 물들여 있다. 홍준기 기자
자연환경 보호는 과제다. 관음도는 갈매기를 비롯한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야간 조명이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을철 한시 개장을 택한 만큼,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섬의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밤 9시가 가까워지자 관광객들이 하나둘 다리를 되돌아 나왔다. 발길이 뜸해진 뒤에도 연도교의 불빛은 검은 바다 위에 남았고, 절벽 아래에서는 파도소리가 이어졌다. 낮의 관음도가 울릉도의 자연을 보여준다면, 밤의 관음도는 그 자연에 새로운 매력을 더한다. 어둠이 내리면 하루가 끝나던 섬에 또 하나의 풍경이 켜졌다. 울릉도의 가을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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