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공정장비기업 에이시스테크놀로지
‘건식전극’ 배터리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테슬라도 고전…LG엔솔과 손잡고 내년 양산
최근 115억원 투자유치…2028년 IPO 목표
대구 달성군 에이시스테크놀로지 본사 1층에 설치된 건식전극 장비 앞에서 정재훈 대표이사(오른쪽)와 김준영 CEO(최고경영자)가 파이팅을 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대구의 한 중소기업이 테슬라·BYD 등 글로벌 빅테크도 넘지 못한 '건식 전극(Dry Electrode)' 양산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건식전극은 전고체와 함께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신기술이다. 하지만 처음 화두를 던진 테슬라마저 안정적인 양산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을 넘어 본격적인 양산에 도전하는 대구 중소기업의 행보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대구 달성군 구지읍에 본사를 둔 <주>에이시스테크놀로지(대표 정재훈)의 건식전극 기술력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글로벌 건식전극 기술 수준이 연구·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실제 양산에 가장 근접한 기술력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평가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충북 오창공장에 양산급 장비를 납품한 상태로, 본격적인 양산 시기는 내년 하반기쯤으로 전망된다.
건식전극은 기존 배터리 공법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제조기술로 꼽힌다. 배터리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제조원가는 낮출 수 있어서다. 현재 전극 생산에 주로 활용되는 공법은 습식공정이다. 습식공정을 건식으로 전환할 경우 에너지 사용량과 설비 투자비가 각각 40%, 63% 줄어들고 에너지 밀도와 전극 수명은 각각 33%, 20%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에이시스테크놀로지는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1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가격은 습식 기준 3천만~4천만원인 반면, 건식공정 적용 시 2천만~2천800만원까지 내려간다. 게다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500㎞에서 400~650㎞로 늘어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에 고전 중인 국내 배터리업계가 건식전극을 차세대 승부수로 주목하는 이유다.
2014년 설립된 에이시스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배터리 생산설비를 주력으로 하는 장비기업이다. 정밀 공작기계 분야에서 축적한 설계·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2차전지 제조공정으로 주목받는 건식전극 공정장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건식전극 기술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을 겪으면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과 성능·안정성·친환경성을 끌어올릴 차세대 제조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현재 전극 생산에 주로 활용되는 습식공정은 활물질과 도전재·바인더 등을 맹독성 유기용매와 섞어 액상 슬러리 형태로 만든 뒤 금속박에 도포·건조하는 방식이다. 반면 건식공정은 용매 없이 고체 파우더와 혼합·압착해 전극을 만든다. 별도 건조 및 용매 회수·재처리 과정이 없어 설비 규모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친환경적이다. 전극을 두껍게 쌓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건식전극 미래 가치는 더 크다. 전고체·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의 대량생산을 위한 핵심 공정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로봇과 드론·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제한된 무게와 공간 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고밀도·고성능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건식전극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에이시스테크놀로지 측 설명이다.
문제는 양산이다. 전극의 두께와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생산성과 수율, 공정 안정성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식전극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이르지 못한 이유다. 에이시스테크놀로지는 국내 배터리 선도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3년간 건식전극 양산기술을 공동개발했다. 40차례 이상 장비를 개조하며 생산성과 품질·수율을 끌어올린 결과, 초기 분당 7m 수준이던 생산속도를 습식공정 양산 기준인 분당 80m까지 높였다. 생산속도뿐 아니라 전극 두께의 균일성과 품질, 수율 역시 양산 적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도 에이시스테크놀로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건식전극 장비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인정받아 총 11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 대구시 Pre-스타기업과 2024년 우수 스타기업, 올해 상장(IPO) 지원 대상기업 등에도 연이어 선정됐다. 다음 목표는 건식전극을 넘어 차세대 배터리 장비시장이다. 건식전극 장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공정·장비 설계와 양산 대응 기술을 전고체와 리튬금속 배터리 제조장비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500억원으로, 2028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재훈 대표는 "처음에는 세계 유수 기업도 풀지 못한 건식전극 양산을 대구의 중소기업이 해냈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않았다. 적용 난도가 높은 LFP(리튬인산철)까지 대응 가능한 기술력을 확인하면서 업계의 반응도 달라졌다"며 "현재 2차전지 산업이 캐즘을 겪고 있지만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제조 공정에 대한 수요는 크다. 실제 양산으로 기술력을 증명해 건식전극 공정장비 분야의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