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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대가야 유산, 고령의 도시 디자인으로 들어온다

2026-10-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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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역사문화자산 현대적 그래픽 문양으로 재해석
금동관·가야금·연화문전·지산동 고분군 특징 디자인 언어로
아파트·간판·맨홀에서 손수건·쇼핑백·공공차량까지 적용 구상
‘보는 문화유산’ 넘어 생활 속 대가야…고도 고령 시각 정체성 구축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고령군 제공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고령군 제공

가야금의 열두 줄은 물결이 되고, 지산동 고분군의 봉분은 겹겹의 반원이 됐다. 대가야 금동관의 화려한 세움장식도 반복되는 곡선 문양으로 다시 태어났다.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고령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고령군은 6일 군청 우륵실에서 '대가야 상징 문양 그래픽 디자인 개발' 최종보고회를 열고 고령을 대표하는 9개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상징문양과 향후 활용 방향을 공개했다.


이번 사업은 대가야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전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해 '고도(古都) 고령'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핵심은 유물이나 유적의 외형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문화자산에서 고유한 선과 형태, 배열과 반복구조를 뽑아내 현대적인 그래픽 패턴으로 다시 만들었다. 고령군은 이를 다양한 생활공간과 상품에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체계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가야금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가야금의 발원지이자 악성 우륵의 고장이라는 고령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12개 줄과 안족의 배열을 정돈하고 악기에서 퍼져나가는 소리의 파장을 역동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연화문전은 중심을 둘러싼 꽃잎의 대칭과 반복구조를 이용했다. 선의 반복과 중첩을 통해 연꽃이 단계적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현대적인 패턴으로 만들었다. 대가야 토기의 파상문은 반복되는 물결 형태를 추출해 선의 굵기와 간격에 변화를 주면서 토기 문양 특유의 율동감을 살렸다.


금동관도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입었다. 좌우로 뻗은 세움장식과 끝부분의 둥근 장식에서 특징적인 윤곽을 뽑아 연속문양으로 만들고 선과 면의 대비를 통해 금동관 특유의 화려함을 표현했다.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지는  옹벽. 고령군 제공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지는 옹벽. 고령군 제공

대가야 토기에 새겨진 '대왕(大王)'이라는 두 글자도 그래픽 문양이 됐다. 글자의 획과 비례를 살리면서 두 글자를 분리·교차하고 반복 배열해 문자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재구성했다.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의 구성 유산인 지산동 고분군도 빠지지 않았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봉분을 반원형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봉분의 높이와 간격에 변화를 줘 고분군 특유의 깊이와 확장감을 담았다.


이 밖에도 고령 주산성에서 출토된 넝쿨무늬 전돌과 솔잎문이 새겨진 발형기대, 대가야를 대표하는 굽다리접시 등 역사문화자산의 특징이 현대적인 문양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디자인 개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활용 범위다. 고령군이 마련한 적용 예시를 보면 대가야 문양은 박물관이나 문화재 주변에 머물지 않는다. 아파트 외벽을 대형 문양으로 꾸미는 슈퍼그래픽부터 옹벽과 상가 옥외간판, 현수막 게시대, 맨홀, 지상기기 제어함, 화분대 등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도시시설에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생활·관광상품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보여줬다. 명함과 간행물은 물론 손수건과 포장지, 쇼핑백 등에 대가야 문양을 입히고 공공차량의 외부 디자인에도 활용하는 예시가 마련됐다.


박물관이나 고분에서 '보는 대가야'를 거리와 건축물, 생활용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생활 속 대가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관건은 개발된 9개 문양을 실제 도시공간에 얼마나 일관되게 구현하느냐다. 각각의 문화자산이 가진 개성을 살리면서도 간판과 공공시설, 관광상품 등 서로 다른 공간과 매체에서 하나의 '대가야 고령'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각체계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고령군 공공디자인 진흥 조례는 공공디자인에 군의 역사와 정체성을 표현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공디자인 심의기준에도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를 명시하고 있다. 결국 이번에 개발된 문양을 향후 공공시설물과 각종 사업에 얼마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지는  손수건. 고령군 제공

2천년 대가야의 역사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지는 손수건. 고령군 제공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으로 확산하는 것도 다음 과제다. 상가 간판이나 지역 특산품 포장재, 관광기념품 등에 대가야 문양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상인과 업체들이 쉽게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문화포털의 전통문양 서비스가 디자인 원본을 제공해 민간의 활용을 돕는 것처럼, 고령군도 향후 문양의 사용범위와 방법을 명확히 하고 민간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심용일 고령군 도시과 담당은 "고령군은 앞으로 개발된 문양을 공공시설물과 홍보·인쇄물, 기념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별도의 활용 가이드를 통해 통일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광호 고령군수 권한대행은 "이번에 개발한 상징문양은 고령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고령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일관되게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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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

지역의 변화와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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