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대구경북공항(이하 TK공항) 건설사업이 수년간 표류하고 있다. 사실상 교착상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2013년 제정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된 사업방식에 있다. TK공항 건설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사업이다. 이런 이유로 군공항에 적용되는 '기부 대(對) 양여' 방식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으면 민간공항 건설도 불가능하다. 지난 수년간 대구시가 K-2 군공항 이전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했지만,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없어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조차 설립할 수 없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적용하면 이전할 곳에 군공항을 건설해 옮기고 종전부지(현 K-2) 개발과 분양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또 재원 조달과정에선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K-2 이전 사업비용은 군공항 건설과 종전부지 개발비용을 모두 합치고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2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공공사업에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권의 경우, 충분한 부동산 개발수요가 있지만, 지방 도시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대구의 경우, 오래전에 개발이 완료된 산업 용지가 미분양된 채 남아 있고, 주택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K-2 이전 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1997년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군사시설 이전에 많이 활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방식을 적용해 추진된 사업들은 공사비 상승 및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많다. 이런 이유로 '기부 대 양여' 사업방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부 대 양여' 사업에서 대체 시설 사용자인 국방부가 사업 시행자(지방자치단체 등)에게 기존 시설의 대체성을 초과하는 시설 설치를 요구하게 되면 사업 추진 동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K-2 군공항 이전 사업의 경우 종전부지 면적(약 200만 평) 대비 2.3배 규모의 이전부지 면적(약 460만 평)에 최첨단시설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 사업 시행자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2 이전 사업은 수십조 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종전의 '기부 대 양여' 사업과는 그 규모가 확연히 다르다. 국방부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군공항(전투기 운용) 이전 프로젝트로, 다른 군사시설(육군 부대) 이전과 차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K-2 이전 사업에 대해 국방부가 줄곧 견지해 온 입장을 보면 국가 재정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핑계로,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의 이러한 태도는 국가 재정은 걱정하고, 지방재정은 생각하지 않는 자가당착이다. 원론적으로 군사시설의 배치와 이전은 국가 사무이지, 지방사무가 아니다. 지금까지 국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 군사시설 이전 사업도 있었지만, 유독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한 사업만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문제다.
지난 수년간 대구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사업자 유치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K-2 이전을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함을 일러준다. 최근까지 대구와 함께 군공항 이전을 추진했던 광주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으로 새 물꼬를 텄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다. 정부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관습적 절차(사업방식)에서 탈피해 K-2 이전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짊어져야 할 책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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