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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특혜는 공화주의를 침탈한다

2026-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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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특례 공정 역린 건드려
18개월 ‘기회비용’ 따져보라
대법원장 ‘7만원 오마카세’
국회의원 특권도 가당찮아
헌법의 기본권까지 형해화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공화국(republic)의 어원은 '공적인 것(res publica)'이란 라틴어다. 공화(共和)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일함'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정무를 시행함'이다. 의역하면 공적 권력 나누기다. 공화주의는 공민의 덕목과 공공선을 추구함으로써 자유주의를 확장한다는 이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며,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의 명제를 실천한다. 귀족과 평민을 '시민'으로 아우른다는 함의도 있다. 스토아학파에 의해 발전된 로마 공화정은 정치철학적 공화주의의 기원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그리스어 demos(민중·시민)과 kratos(권력·지배)의 합성어 데모크라티아가 어원이다. 민주(民主)는 글자 그대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민주'와 '공화'의 뜻을 알고 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명시한 우리 헌법 1조의 무게감이 온전히 느껴진다.


공화주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정과 평등이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야구팀의 병역 면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드세다. 왜일까. 공정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고작 16분밖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의 '전역모 세리머니'는 병역 특례의 물색없음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자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국위 선양을 위한 동기 부여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환경과 사정이 달라졌다. 변방의 빈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선진국이다. 야구처럼 B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본들 반향이 있을 리 없다. 국위 선양이나 홍보 효과를 따지면 BTS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 'BTS노믹스'란 조어가 등장할 만큼 경제적 기여도 대단하다. 그런데 BTS는 군에 가고 저들은 면제받는다? 가당치 않다.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들 모두 호구인가"(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병역 면제가 얼마나 큰 특혜인지 인생의 황금기 18개월 군 복무를 '기회비용'으로 계량해보라. 국방부는 "병역 특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SNS엔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돈다.


여야 공히 병역 특례 폐지를 외치지만, 국회의원 특권 또한 병역 특례를 능가한다. 특권·특혜 조항이 무려 186개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타고 공항과 역 귀빈실을 이용한다.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3위의 세비에 더해 1억원가량의 의원실 경비를 별도 지원받는다. 9명의 보좌진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만의 시그니처다. 특권의 백미는 면책특권이다. 확인 안 된 의혹을 제기해도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거기다 비리‧불법 행위를 방호해주는 불체포 특권까지.


조희대 대법원장의 '방배동 7만원대 오마카세'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의 쟁점이 된 까닭도 이너써클 특권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이리라. 조 원장은 "그동안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게 우리 구성원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업무추진비 인원수 부풀리기 해명치고는 매우 궁색하다. 사법부 수장 앞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작동할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 가능성에 야권이 쌍심지를 켜는 것도 특혜라는 인식 때문일 터다. 특혜와 특권은 공동체의 암묵적 율법을 무력화하고 공화주의를 침탈한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마저 형해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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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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