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화점이 동성로 본점 건물과 부지를 1천30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한 가운데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이 주변 상권과 함께 내려다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으며, 잔금 지급이 완료되는 2027년 12월 15일 건물을 양도할 예정이다. 이현덕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구백화점(이하 대백) 본점 매각 계약이 또다시 체결되면서, 대백 본점의 향후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듭된 매각 무산과 재무 압박 속 이번 계약이 무사히 끝나 실제 개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 심각한 재무 위기에 거의 반값 매각
대백 본점 매각 계약이 성사됐지만 아직 속단하긴 어렵다. 2021년 본점 영업 종료 후 2022년 1월 JHB홀딩스에 건물과 토지를 2천12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중도금 납입이 거듭 지연되면서 그해 11월 매매계약 해제로 자산 매각이 무산됐다. 올해 7월에는 자산 매각이 아닌 '최대주주 변경'을 통한 지분 매각으로 구정모 회장 등이 가진 지분(약 233억원)을 매매하는 계약을 세경인베스트·아람코리아와 체결했지만, 이 역시 중도금 미지급으로 또다시 무산됐다.
2022년 JHB홀딩스와 2천125억원에 체결했던 부동산 자산 매각 금액은 이번에 1300억 원에 계약이 체결되면서 4년 만에 40% 가까이 떨어졌다. 거의 '반값'에라도 팔아야 할 만큼 대백의 재무 악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대백은 이번 양도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다면, 부채 부담과 이자 비용을 줄여 경영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백은 본점 영업 종료 이후 뚜렷한 현금 창출구를 찾지 못한 채 유동성 위기를 겪어오고 있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매각이 지연되는 사이, 심각한 금융비용 부담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백이 지난 8월 14일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213억7천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2억1천만원→86억1천만원, 당기순손실은 118억9천만원→139억1천만원으로 적자폭이 대폭 늘었다.
영업 적자가 이어지며 상반기 기준 막대한 이자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대백이 실제 지급한 이자는 61억4천만원이다. 매월 10억원 이상을 이자로만 지출하는 상황으로 매출의 약 29% 규모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수천억 원 이상 웃도는 재무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다.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천9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0억원 증가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2천74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유동자산은 217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역시 101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번 대백 본점 매각계약은 대백 입장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체결한 매각 금액은 대백의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약 4천207억원)의 30.9%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건물가액은 빼고 땅값만 판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대백의 경영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백화점이 동성로 본점 건물과 부지를 1천30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한 가운데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으며, 소유권 이전은 잔금 지급이 완료되는 2027년 12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이현덕 기자
◆ 이번엔 정말 팔릴까?…기대감 속 "조심스럽다"
동성로 상권의 중심인 대백 본점이 다시 한번 매각 물꼬를 트면서,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거듭된 매각 무산을 지켜봐 온 지역 사회와 유통업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매수인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계획이 확실하게 검증되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중도금과 잔금 지급 등 계약 이행 여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본점 영업 종료 후 5년간 동성로가 비었는데, 무엇이든 들어온다는 사실은 정말 반갑다"며 "다만 몇 년 새 대백 본점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여러차례여서 조심스럽긴 하다. 이번에는 꼭 매각이 완료돼 동성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백은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핵심 사업인 대백프라자점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대백 최장훈 홍보팀장은 "이번 본점 자산 매각은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유동성 확보와 미래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오랜 시간 대구백화점을 믿고 성원해 주신 지역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 발전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글=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남영
지역에 먼저 다가서는 따뜻한 기자로 남겠습니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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