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방제망만으론 한계”
경주·포항 경계지역 확산에 대구권역도 위협
민간 골프장도 자체 예산 투입해 방제 사활
포항-영천 국도 28호선 도로변에는 적갈색으로 말라버린 나무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남정해기자
경북 영천시가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응해 시민 안전과 보전 가치 중심의 '선택과 집중' 방제체계로 전환했다고 15일 밝혔다. 하지만 인접 시·군으로부터의 가파른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항공 및 드론 방제 도입과 함께, 반복 피해 지역을 재선충에 강한 활엽수 등 대체 수종으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이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기존의 지상 방제망만으로는 확산 저지선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정된 재원과 인력의 한계,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
영천시는 2014년 최초 발생 이후 최근 3년간 약 74억 5천9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 고사목 6만1천553본을 제거하는 등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방제 대상이 약 25만 본, 소요 예산이 약 208억 원으로 분석되면서 한정된 재원과 인력으로 모든 피해목을 일률적으로 방제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시는 주택가와 도로변 등 생활권 주변의 위험 고사목을 최우선 제거하고, 문화재와 사찰 등 가치가 높은 우량소나무림을 집중 보호하는 등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우량소나무림 보호지도'를 구축해 2027년부터 예방나무주사를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
포항-영천 국도 28호선 도로변에는 적갈색으로 말라버린 나무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남정해기자
◆경계지역 뚫리면 대구까지 위험…지상 방제만으론 역부족
이러한 방제체계 전환에도 불구하고, 인접 시·군의 가파른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소규모 드론방제나 대규모 항공방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포항과 경주 등 경계지역에서 치고 올라오는 매개충의 전파 속도가 매섭기 때문이다.
경주·포항에서 영천으로 이어지는 국도 28호선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길목에 위치한 영천시 고경면과 임고면 쪽의 피해가 특히 심하며, 그 위쪽인 자양면이나 화북면 쪽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상황이나 앞으로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영천 지역의 방역망이 무너질 경우, 인접한 대구권역 등 주변 광역권으로 피해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날개를 달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매개충의 특성상 지상 방제만으로는 확산의 길목을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접한 포항시의 경우 자체 방제 통제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올해 관내 80ha 규모의 면적에 항공 및 드론 방제를 전격 실시했으며, 내년에도 대대적인 항공방제를 재개할 방침이다.
◆항공의 '광범위'함과 드론의 '정밀'함…입체적 공중 방제 주목
이처럼 공중 방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헬기를 이용한 항공방제와 드론방제의 도입이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헬기를 활용한 항공방제는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 단시간 내 대량의 살충제를 살포할 수 있어 매개충의 이동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살포 범위가 넓은 만큼 인근 양봉 농가나 친환경 농가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드론방제는 정밀 제어가 가능해 원하는 구역에만 집중적으로 약제를 살포할 수 있고, 민가나 농가 주변의 정밀 방제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배터리와 약제 탑재 용량의 한계로 인해 넓은 산악지대를 한 번에 방제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두 방제 방식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해 넓은 산림에는 항공방제를, 민가 접경지에는 드론방제를 연계하는 입체적 방제 전략과 함께 주민 이해관계를 조정할 민관 협의체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영천의 한 골프장에서는 자체 예산 약 1억 원을 투입해 전문 살수 차량을 직접 구입해 수시로 주변 산에 자체 방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남정해기자
◆"내 자산은 내가 지킨다" 민간 골프장도 자체 방제 사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천의 한 골프장에서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총력 방제에 나서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세가 급격히 심해졌으며, 골프장 내부 코스뿐만 아니라 주변 산악지역까지 감염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골프장 측은 자체 예산 약 1억 원을 투입해 전문 살수 차량을 직접 구입하여 수시로 주변 산에 자체 방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장 내에 식재된 소나무가 수천 주에 달하고 지난 18년간 정성껏 가꿔온 자산인 만큼, 지자체의 방제에만 의존할 수 없어 자체적인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 "행정구역 넘은 공동 대응과 유연한 차단 대책 절실"
전문가들 역시 인접 지자체 간의 경계를 허문 공동 대응과 선제적 항공방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북연구원 산림전문가 류연수 박사는 "현재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세가 워낙 급박하고 방제 여건이 고도화되면서 지자체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게 도출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재선충병의 특성상 행정 구역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므로 영천이나 포항, 경주 등 인접 지자체가 함께 아우르는 공동 방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류 박사는 "항공방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이나 친환경 농가의 우려가 일부 존재하지만, 매개충의 이동 경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제 효과가 높은 항공방제를 인접 지자체가 협의하여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을 바탕으로 확산 위험이 높은 경계지역을 우선 검토 지역으로 지정하고, 기존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예방 차원의 공동 항공방제를 동반하는 보다 유연하고 강력한 차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천시 박재환 산림과장은 "모든 피해목을 동일하게 방제하는 현실적 한계 속에서 지킬 우량 숲은 확실히 지키겠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적인 감염 경로 차단을 위한 드론방제 등 다각적인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영천의 한 골프장에서는 자체 예산 1억 원을 투입해 전문 살수 차량을 직접 구입하여 수시로 주변 산에 자체 방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남정해기자
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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