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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던 경주 월성이 붉게 변했다”…재선충에 소나무 124그루 고사

2026-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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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등 주요 경관부 9월 조사서 무더기 피해 확인
10월 말 벌채…성곽 아래 유구 탓 대체 식재도 쉽지 않아
동궁과 월지·동부사적지 일대에도 적갈색 피해 뚜렷

7일 경주 월성 성곽의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말라 있다. 경주시는 지난 9월 월성 성곽 등 주요 경관지역에서 재선충병 고사목 124그루를 확인했다. 장성재기자

7일 경주 월성 성곽의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말라 있다. 경주시는 지난 9월 월성 성곽 등 주요 경관지역에서 재선충병 고사목 124그루를 확인했다. 장성재기자

7일 오후 1시 경주 인왕동 월성 성곽에 오르자 적갈색으로 말라버린 나무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왔다. 수관 전체가 붉게 변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솔잎이 거의 말라붙은 소나무도 있었다.


성곽길에서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동부사적지와 동궁과 월지 주변에서도 적갈색으로 변한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재선충병 피해 흔적은 월성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시선을 멀리 두자 소금강산 능선에서도 붉게 변한 산림대가 뚜렷했다.


현장에서 만난 유원희(43·대구 동구)씨는 "경주에 살던 중학생 때 봄소풍으로 반월성에 왔던 기억이 있다. 특히 석빙고 옆 소나무 군락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며 "오랜만에 와 보니 이렇게 붉고 황폐하게 변해 있을 줄 몰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월성 해자 주변 청소 업무를 하는 한 근로자도 최근 피해가 눈에 띄게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지난해에도 피해 나무를 베어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고사하는 소나무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자 정비 당시 벚나무 등을 정리하고 소나무를 남겼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나무들이 붉게 말라가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7일 경주 월성 성곽 일대 석빙고와 인접한 소나무 군락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변해 있다. 장성재기자

7일 경주 월성 성곽 일대 석빙고와 인접한 소나무 군락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변해 있다. 장성재기자

월성에서 소나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경주시 왕경조성과가 2024년 월성 내부 수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모두 1천869그루 가운데 소나무는 413그루였다. 상수리나무 873그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벚나무 192그루와 팽나무 174그루 등이 뒤를 이었다.


경주시 산림경영과 산림방재팀이 지난 9월 월성 성곽 등 눈에 잘 띄는 주요 경관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는 124그루로 파악됐다.


산림방재팀장은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9월 조사 당시 반월성 일대에서 124본 정도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고 모두 재선충병 피해목"이라고 밝혔다.


7일 경주 월성 성곽에서 바라본 도심 주변 산림. 멀리 산 능선 곳곳에서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변한 산림이 눈에 띈다. 장성재기자

7일 경주 월성 성곽에서 바라본 도심 주변 산림. 멀리 산 능선 곳곳에서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적갈색으로 변한 산림이 눈에 띈다. 장성재기자

실제로 경주 지역 전체 재선충병 피해는 '극심' 단계다. 감염목은 2022년 2만1천848그루에서 2023년 8만2천820그루, 2024년 12만3천819그루, 지난해 15만5천564그루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10만69그루가 확인됐다. 2004년 양남면 수렴리에서 처음 발생한 뒤 현재 20개 읍·면·동 169개 리·동에서 감염목이 발생했다.


경주시는 올 하반기 58억원을 투입해 문화재구역을 포함한 도심 경관지역과 생활권 주변 위험목을 우선 방제한다. 연말까지 피해·위험목 약 1만2천그루와 기존 훈증더미 1천500개를 제거할 계획이다.


그러나 월성 같은 사적지는 피해목을 베어낸 뒤에도 일반 산림과 사정이 다르다. 성곽 아래 신라시대 유구가 남아 있어 피해목을 제거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10월 말부터 11월까지 월성 일대 고사목을 제거할 방침이다.


7일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연못 주변 소나무들이 적갈색으로 변해 있다. 월성과 동궁과 월지 등 신라왕경 핵심 유적 일대에서도 재선충병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장성재기자

7일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연못 주변 소나무들이 적갈색으로 변해 있다. 월성과 동궁과 월지 등 신라왕경 핵심 유적 일대에서도 재선충병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장성재기자

공재경 경주시 산림경영과장은 "월성과 같은 사적지에서도 살아있는 소나무에는 예방나무주사를 하고 감염목은 바로 제거한다"며 "피해목은 벌채하더라도 뿌리는 흙을 잡고 있어 그대로 남겨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해두 서라벌문화유산연구원장은 현재 월성의 소나무 숲이 신라왕경 당시부터 이어져 온 경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일제강점기 1930년대 사진을 보면 지금처럼 월성에 소나무가 들어서 있지 않다"며 현재의 소나무 경관은 대체로 1960~70년대 이후 식재와 녹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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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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