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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 승리보다 값진,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

2026-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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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스포츠는 승패를 전제로 성립하는 활동이다. 승리는 환호를 낳고 패배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승패라는 결과에만 한정한다면 우리는 스포츠가 지닌 본질적 가치를 놓치게 된다. 스포츠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이유는 승부를 가르는 기능 때문이 아니라, 그 승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성숙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키우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는 경쟁을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인다. 학교는 성적을, 기업은 실적을, 사회는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메달의 색깔과 우승 횟수, 승률과 기록이 선수와 팀의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이러한 평가는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순간 스포츠는 교육의 장이 아니라 승리만을 추구하는 기술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을 때, 스포츠가 길러야 할 공정성과 존중, 책임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스포츠는 신체적 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인지적 판단, 정서적 안정, 사회적 관계 형성을 함께 이루는 전인교육의 과정이다. 경기에서 선수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통제한다. 팀 스포츠에서는 개인의 능력보다 협력과 소통이 승패를 좌우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태도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스포츠가 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이러한 복합적 가치에 있다. 스포츠는 실패를 가장 건강하게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다. 승리는 자신감을 높여주지만, 패배는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경기에서 진 선수는 자신의 부족함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새로운 훈련과 도전을 준비한다. 이러한 과정은 경기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준다.


특히, 승패를 넘어 스포츠가 사회에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경기규칙을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심판의 판정을 수용하는 태도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기본 원리와 맞닿아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승리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반대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태도는 인간의 품격을 드러낸다. 경기 종료 후 서로의 손을 맞잡는 선수들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도 승패보다 존중과 신뢰가 스포츠의 더 높은 가치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학교체육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체육교육의 목적은 뛰어난 선수를 길러내는 데 있지 않다. 모든 학생이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협력과 배려를 배우며, 규칙을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지나친 경쟁 중심의 학교 스포츠는 일부 학생에게 소외와 좌절을 안길 수 있지만, 참여와 성장 중심의 체육교육은 누구에게나 성취 경험과 자기효능감을 제공한다. 이는 평생 스포츠 참여를 확대하고 건강한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은 반드시 금메달의 순간만은 아니다. 부상당한 선수를 부축하며 결승선을 함께 통과한 경쟁자, 패배한 상대를 먼저 위로하는 승자의 모습,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투혼은 기록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스포츠는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배우는 교육이며, 경쟁의 장인 동시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르는 배움의 공간이다. 승패는 경기 종료와 함께 과거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익힌 책임감과 절제, 도전정신과 배려는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남는다.


결국 스포츠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많은 경기를 이긴 사람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승패를 넘어 배우는 스포츠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결과보다 과정을, 승리보다 품격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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