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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⑭-지방은 안중에 없는 부동산 정책] ‘과열-침체’ 정반대 시장에도 대책은 수도권용

2026-10-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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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일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위치한 대구지식산업센터의 모습. 관리차원으로 공실을 유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수요가 충분해 꾸준히 90%의 이상의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이달 5일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 내 위치한 대구지식산업센터의 모습. 관리차원으로 공실을 유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수요가 충분해 꾸준히 90%의 이상의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올 초 대구 주택시장은 길었던 침체와 거래 절벽을 딛고 반짝 반등세를 보였다. 매매거래량이 살아나며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자 시장에는 회복 기대감이 돌았다. 장기 침체기를 지나 모처럼 퍼진 온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겨냥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대통령의 투기 억제 메시지가 정작 취약한 지방 시장을 먼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방의 현실을 외면한 수도권 중심의 획일적 정책이 부른 모순이다. 정부가 전국적인 지식산업센터 공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던 '오피스텔 전환' 카드도 마찬가지다. 이 정책에 대한 대구 지역 업계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막대한 개조 비용 탓에 강남이나 과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만 실효성이 있는 데다 실수요 중심으로 입주율이 80~90%에 달하는 대구의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황당한 지식산업센터 공실 정책


대구 3공단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내부 모습. 이동현 기자

대구 3공단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내부 모습. 이동현 기자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지식산업 그리고 정보통신업 등 생산시설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 집합건축물이다. 지난 9월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식산업센터 빈 건물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거나 민간이 소형 오피스텔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최근 3년간 지어진 전국 1천553개 지식산업센터의 평균 공실률이 43.5%에 달하는 등 심각해진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변경 및 입주 제한업종 철폐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 온 한국지식산업센터연합회 등 소유자들은 이번 규제 개편안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구 지역 현장 상황은 심각한 공실난을 겪는 수도권과 판이하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상 대구 지역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20.3%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인 16.6%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대구는 투기 목적으로 허수 수요가 몰려 공실 폭탄이 쏟아진 수도권발 투기 사태와 궤를 달리한다. 지역 산단 실무 담당자들에 따르면 대구는 실제 공간이 필요한 실수요 기업 위주로 탄탄한 임대차 시장이 형성돼 있어, 정부의 통계는 일부 신규 센터의 미분양 물량이 반영된 통계적 착시일 뿐 지역 경제의 뇌관이 될 상황은 아니다.


실제 제3산업단지와 서대구산업단지 그리고 수성알파시티 등 주요 산단 내 핵심 지식산업센터들은 현재 80%에서 90% 이상의 입주율을 보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역의 한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수도권과 달리 실제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원활하게 운영 중이다. 다만 제한업종 외 모든 업종을 허용하는 입주 규제 개편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피스텔 개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 전국 부동산 업계의 반응은 극히 회의적이다.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 오피스텔로 개조하려면 바닥 난방과 주배관 교체 그리고 오수 집수정 설치 등 건물을 새로 짓는 수준의 공사가 필요하다. 건설업계는 내부 개조 비용만 평당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한다. 수천만 원의 막대한 공사비를 자발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비용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지역 업계는 이번 대책이 비수도권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며 수도권 공실 사태를 잠재울 근본적 대책일지에도 의문부호를 달았다. 수성알파시티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한 지역 ICT업계 관계자는 "기존 분양가에 막대한 공사비까지 더한 투자비를 온전히 회수하려면 서울 강남이나 경기 과천처럼 입지가 매우 뛰어난 곳이어야만 겨우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률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실질적인 수요 창출과 특화 신산업 유치 등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대책은 언제나 서울 중심


정부가 2023년 내놓은 '1·3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일제히 해제하는 파격적인 수요 진작책이었다.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를 대폭 완화하고, 무순위 청약의 거주지 요건과 무주택 자격을 전격 폐지했다. 지방 거주자와 다주택자에게까지 서울 아파트 청약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도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이른바 '둔촌주공 구하기'였다.


하지만 대구를 비롯한 지방 미분양을 철저히 외면한 이 대책은 지방의 유동성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를 낳았고, '똘똘한 한 채' 쏠림을 가속하는 단초가 됐다. 실제로 당시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에는 전국에서 4만여 명이 몰리며 완판되기도 했다.


반면 같은 시기 대구는 미분양 1만 가구를 넘어서며 주택시장이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지역 건설업계는 연쇄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 주택건설협회 등이 중앙정부를 찾아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 한시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위기 대응을 위한 주택 규제 권한의 지방 이양 등을 줄기차게 건의했으나, 정부의 응답은 오직 '서울·수도권용 공급 대책'에 머물렀다.


이 같은 수도권 일변도의 정책 기조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16일부터 '주택공급 정례 브리핑'을 신설해 서울·수도권의 주택공급 실적과 전망을 월 2회씩 설명하고 있다. 수도권 공급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5차례의 부동산 대책 중 3차례가 서울·수도권 공급 방안이었다. 반면 지방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직매입'과 같은 구색 맞추기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열과 침체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에 맞춤형 정책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부 정책이 서울·수도권에만 편중돼 있다는 질타와 함께 규제 권한의 지방 이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미분양과 악성 재고를 털어낼 수 있도록 지방 맞춤형 주택 금융·세제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초 매매거래가 살아나며 바닥 탈출 기대감이 돌던 대구 주택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투기 억제 신호에 다시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 주택 매매거래량은 1월 2천71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9% 급증했고, 2월(2천522건)과 3월(3천6건)에도 각각 20.0%, 22.5% 늘었다. 특히 2월 거래량은 최근 5년 평균치보다 26.2%나 웃돌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봄철 회복세는 4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급격히 꺾였다. 4월 거래량(2천470건)이 봄철 이사 성수기임에도 전년 대비 0.2% 감소했고, 5월(2천151건)에는 8.3% 줄었다. 6월(2천693건)에 3.1% 늘며 일시적 반등을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7월(2천298건) 6.8% 감소, 8월(1천626건) 19.1% 급감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했다.


시장에선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거래 절벽의 1차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본다. 여기에 5월 이후 이어진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 엄단 발언이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망 심리를 부추기며 매수세를 억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연초 반등세를 보이던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4월 하락 전환한 뒤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이 집값 추가 하락을 우려해 매수 대신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세가 상승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악순환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서울 집값을 겨냥한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전방위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마저 매매로 돌아서지 못한 채 임대차 시장에 머물며 전세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서울과 지방의 체질이 완전히 다른 만큼 처방전 역시 이원화돼야 하는데, 서울 눈높이에만 맞춘 획일적 정책이 지방 시장의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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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경제 현장의 이야기를 쉽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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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지역 산업 현장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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