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사업장 노동 감독 권한 광역지자체 이관
임금·산업안전 점검, 수사·송치 전담해
대구 5인 미만 사업체 86.2% 전국 최고
대구 노동 현장은 ‘초긴장’…섬유업종에 집중될 듯
대구시, 내년 초 30명 안팎 전담 조직 확대 추진
대구지역 최대 기업밀집지인 성서산업단지의 한 5인 미만 사업장. 영남일보DB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대다수인 대구지역 노동현장을 밀착 감독할 이른바 '기업 저승사자'가 뜬다. 수사권과 송치권한도 갖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중앙정부가 전담해 온 노동 감독 업무가 73년 만에 전면개편되면서 노동권·산업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 감독 권한이 대구시 등 광역지자체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대구시 공무원(4~7급)들이 지역 내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직접 노동현장을 감독한다. 지역 노동 현장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4일 고용노동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다음달 8일부터 노동 감독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된다. 이에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노동부와 사전 협의한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과 안전 문제를 직접 점검하고 수사·송치까지 맡게 된다. 이번 시행령 도입은 중앙정부의 한정된 감독 인력으로 전국 영세사업장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지방정부에 감독 권한을 일부 부여해 지역별 산업 특성과 사업장 여건을 반영한 현장 중심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노동 감독 권한 이양의 파장은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영세사업장 비중과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 건수가 전국 최고 수준을 보여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전국사업체조사'를 보면, 대구지역 전체 사업체 수는 28만6천296곳이다. 이 중 종사자 10인 미만 사업체는 27만1천122곳으로 94.7%에 달한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체(24만6천787곳)도 86.2% 비중을 보여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각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중도 높은 편이다. 2024년 기준 대구 전체 사업체 종사자는 총 103만110명이다. 이 중 10인 미만 사업체는 45만4천280명(44.1%), 5인 미만 사업체는 32만3천450명(31.4%)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현 국가 통계상 전국사업체 조사는 50인 미만, 10인 미만, 5인 미만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임금 관련 위반 행위를 키우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올해 1~8월 대구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임금근로자 10만 명당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는 총 6.5건으로 전국 평균(4.0건)을 웃돌았다. 연도별(2021~2025년)로 살펴봐도, 대구노동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전국 7개 지방고용노동청 중 5년 연속으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구시는 노동 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려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초 조직개편을 통해 고용노동정책과 내 노동 감독팀을 30명 안팎의 과 단위 전담 조직(노동감독과)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기존 공무원을 전보해 노동기준과 산업안전 분야 감독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노동기준 분야는 임금·노동시간 등 근로조건을, 산업안전 분야는 사업장 안전시설과 재해 예방조치를 점검하는 형태로 업무를 나눠 맡는다. 대구시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의 경우 현장 점검에서 법 위반을 확인하면 시정지시를 내린다. 위반 내용에 따라 직접 수사해 사건을 송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조직 개편 후 노동 감독 대상은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한 서구 염색산단·서대구산단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대구지역 특화 감독 대상으로 지역 내 섬유제품 제조업체를 지목하면서다.
대구시 용창준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초기에는 사업장이 기본적인 노무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교육하고 법 위반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내년 조직개편 때 노동감독과를 신설하고 기존 공무원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기본교육과 현장 실무교육을 거치면 내년 2분기부터 실제 감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역 내 취약 업종을 토대로 감독 대상을 정해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힌 상태다. 감독 대상 선정에 지역 산업구조가 반영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경영계는 영세업체 내 노무관리 인력이 부족한 만큼, 노동 감독 확대에 앞서 법 준수를 위한 지도와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영자총협회 정덕화 상무이사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무관리 능력이 부족한 데다 노동법 제도도 복잡해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섬유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에 인력 수급과 교대근무 등 현장 여건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실적 위주로 감독하면 과도한 제재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감독 주체가 바뀌었다고 곧바로 단속을 강화하기보다 노사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방 중심의 감독이 실제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감독관의 전문성과 고용노동청과의 협업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린대 이창은 교수(산업안전보건과)는 "지방정부가 지역 산업 특성을 반영해 감독하면 중앙정부의 손길이 충분히 닿지 못했던 영세사업장의 노동권과 안전을 보완할 수 있다"며 "다만 조직 신설이 실질적인 예방 효과로 이어지려면 감독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노동청과 정보 공유·사건 이첩체계를 촘촘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인력을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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