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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박물관에서 보내는 인생의 오후

2026-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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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지원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일본 여행 중 박물관을 방문했다면, 희끗희끗한 머리의 어르신들이 전시실에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봤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박물관에서는 노년층보다 유치원·학교 단체 관람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박물관 방문이 여가보다 교육적 목적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다. 2017년 약 20%였던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이면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노년층은 어디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앞으로 노년층이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서 박물관은 이들의 일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노년층에게 다가가려는 박물관의 노력은 일찍부터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리버풀박물관의 치매 노년층과 보호자를 위한 '기억의 집', 덜위치 픽처 갤러리의 치매 노년층을 위한 '굿 타임스' 등은 노년층의 특성과 필요에 주목한 프로그램이다. 영국박물관에서는 노년층 자원봉사자들이 '핸즈온 데스크'에서 실제 유물을 관람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이러한 활동은 노년층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문화예술 활동을 건강과 웰빙에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의 관점에서도 박물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박물관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고령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을 돌보고 연결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박물관은 노년층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을까. 대구 지역의 어르신들은 국립대구박물관을 얼마나 친숙한 공간으로 여기고 있을까.


노년층의 여가 활동은 과거의 직업이나 전공, 교육 경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역사나 미술을 공부했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박물관은 친숙한 공간일 수 있다. 반면 박물관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박물관을 여가 공간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박물관이 먼저 노년층에게 다가가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은 중요하다.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올해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함께 걷는 박물관'을 마련했다. 어르신들의 삶과 박물관 전시품을 연결하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박물관을 보다 친숙하게 경험하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박물관과 노년층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이 새로운 시도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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