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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경북대 김재진 명예교수

199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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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거듭되는 '만남' 이란 그다
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이웃들과의 만남속에는
한번쯤 마음을 느긋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힘이 존재한다. 새로운 일을 추
구하거나 폭넓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여유로움을
발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註>

15일은 스승의 날. 41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다 퇴임후 인생의 황혼을 조
용히 보내고 있는 김재진경북대명예교수(73). 그는 비교적 삶의 큰 부침없
이 오롯이 제자들 가르쳐 세상에 내보내는 보람 하나로 살아온 평범한 노
스승이지만 제자들이 그를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학문적 근간을 이루는 '정신문화와 경제발전' 에 관한 연구가 경
제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의 우리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앞날을 짚는 혜안을 제자들은 존경한다.

"유물중심적인 현세상에서는 정신이 타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새마을운동이나 국민정화운동 등 다수의 정신운동이 있어왔지만 6공이후는
정신적 문제에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지요. IMF사태는 정신문제를 소
홀히 한 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풍조의 산물이므로
정신자세를 다시 제대로 가다듬는 것이 극복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학문적 이력은 경제발전론에서 출발해 조직행동론을 거쳐 지금은
인간학에 집중해 있다. 조직행동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워싱턴대
유학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일본인에 비해 단결과 협동이 안되는 우리
가 경제발전을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느냐가 당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던
것.

그 다음에는 기독교 신자로서 신앙과 사회생활을 연계시키고자 인간학으
로 학문적 영역을 확대해왔다.

서울대 상대출신으로 중.고교 교사를 거쳐 88년에, 33년간 재직했던 경
북대에서 퇴임한 그는 전원에서 책과 자연을 벗삼아 보낸 10년 세월동안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을 두루 섭렵하며 7권의 책을 집필할 정도로 여전
히 폭넓은 학문적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노학자다.

그는 저서 '정신문화와 경제발전' 에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품성이 최
고도로 개발될 때 국민의 힘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그 국가는 사회
적.경제적.정치적인 모든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정
신문화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경제위기는 분명 사람이 만든 재앙입니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은 정치가와 기업가의 탓이 크지요.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
은 정신문화가 부재한 탓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원칙에서 너무 벗어나 있
었어요. 너무 턱을 위로 쳐들고 우리가 하는 게 무조건 맞는 걸로만 생각
했어요. 이제 경제원리로 돌아가 근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시대가 이렇게 되고보니 경제윤리공부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가 지금 다시 교단에 선다면 어떤 가르침을 주고 싶을까.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것은 기업을 잘 경영하는 방법이 아니다. 조화로운
성장, 온전한 인격형성에 밑거름이 되는 교육이다. 사랑과 생명을 주는
교육이다.

그가 스승으로서 존경받는 점은 이러한 진실된 교육적자세 때문이다.
"비교적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복이 많아서이고 제자들
스스로가 훌륭해서 잘 된 것일 뿐 특별히 잘 가르친 것이 없다" 고 겸손해
하지만, 그에게서 배운 대부분의 제자들이 교육자로서 스승의 뒤를 훌륭
히 잇고 있다.

"저의 존재가치는 은퇴후에도 학문에 계속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이겠지
요. 그런 점에서 제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들 합니다."

가끔 제자들이 책을 들고 찾아와 담소를 나눌 때가 가장 고맙고 기쁘다
는 노스승은 이제는 제자들에게 배워야 할 때라며 늘 공부하는 자세를 흐
트러뜨리지 않는다. 이길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 잘 걸어가야 할 길이라
며 사도를 꿋꿋이 지켜왔던, 배움과 가르침에 열과 성을 다했던 이 노스승
에게 제자들이 바치고 싶은 노래는 'To Sir With Love' 가 아닐까.
<최수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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