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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혁신의 대경인 .4] 이상희 前 대구시장

2006-11-02

시대를 앞서간 '행정의 달인'
재임시절 신천대로 건설 최대 업적, 도심 가로수·녹지조성 토대도 구축
"창의성 살려 세계적 관광상품 만들어야"

[창조와 혁신의 대경인 .4] 이상희 前 대구시장
이상희 전 대구시장은 공직자의 현장성을 크게 강조했다. 팔공산 자락으로 현장 답사에 나선 이 전 대구시장.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있는 대백프라자는 신천대로변에 바로 붙어 있다. 10여년전 백화점이 건설될 때부터 신천주변에서 운동하던 기자는 늘 의아한 점이 있었다. 이곳 신천대로는 유난히 가장 먼저 건설됐고, 또 도로도 굉장히 넓었다. 혼자 생각했다. "백화점이 들어서는 곳이라 뭔가 특혜가 있는가"하고. 이상희 전 대구시장을 만나니 의문이 풀렸다. 신천대로는 대구시장으로서의 그의 업적 중 누가 보더라도 대표적 업적이다. 사실상 서울 한강 강변도로보다 앞서 구상됐다.

#미래를 보는 눈

"도시 인프라는 항상 여유있게 내다봐야 합니다. 원래 50m 너비로 계획했지요. 고속차로 2차로와 진입로 2개 차로. 그래야 사고가 나도 잘 막히지 않겠지요. 여기다 중앙분리대와 양쪽 가장자리의 녹지대까지. 그리고 고민했지요. 이게 그대로 실천돼야 한다고. 그래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 전 시장은 나중에 계획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신천대로를 뚝 잘라 아예 두 군데 공사부터 했다. 그 장소가 대백프라자 옆이고, 또 하나는 침산교 부근이다. 나중에 연결하라는 뜻이다. 눈여겨본 시민들은 이곳 신천대로가 다른 곳보다 확 트였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천대로는 원래 설계대로 공사가 이뤄지지는 못한다. 6차로로 줄고, 또 주변 공간도 계획만큼 확보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크게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칠성시장 일대를 지목했다. 원래 시장을 정리하고 지하도로를 뚫는 것이 고민 끝에 나온 당초 구상이었다. 일시적 고통이 있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상인도 좋고 시민도 편리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상인들의 반대가 심해 포기했다.

"공직자라면 최소 5~10년 후를 내다봐야 합니다. 재임 중에 '히트 친다' 생각하면 곤란하지요. 후임이 그 공을 가져가도록 해야 하지요. 토끼가 되지 말고, 토끼를 건네주는 거북 등이 돼야 합니다."

#신선이 온다고 소문을 내라

대구 두류공원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나무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20여년전 근 3년간 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팔공산을 비롯, 대구지역 가로수와 녹지의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의 '작품'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두류공원에 가면 전각이 있다. 창덕궁의 부용정을 본뜬 것이다. 섬도 3개 만들었다. 기본 설계는 그가 직접했다. 나무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로 심고, 약초(그는 33가지로 정확히 기억했다)도 심었다. 심지어는 연못 물속에다 스피커 장치를 설치, 새벽이면 퉁소 소리가 울리게끔 장치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두류공원에 가면 산삼과 약초가 있고, 새벽이면 성당못에서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선이 왔다 간다고 소문을 내라.' 다소 엉뚱한데 그 이유가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다.

"가보셨어요? 유럽의 로렐라이 언덕이나 인어상에. 아무 것도 없어요. 한국 관광객 100명이면 100명 다 실망하고 돌아오지요. 그런데 왜 세계적으로 몰려옵니까. 그곳에는 뭔가 아득한 전설이 있고, 얘깃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소프트웨어지요. 그들 스스로 아끼고 가꾸어온 그런 것을 목격하러 오는 겁니다."

#창의성과 자신감

로렐라이 언덕을 말하던 그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가 그들보다 못할 것도 없다. 널린 것이 관광자원인데 활용하지 못할 뿐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대구와 영천까지의 금호가도만 해도 이스라엘, 스위스에서나 볼 수 있는 멋있는 도농복합도시 주변이지요. 경주는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경주라고 자신감을 가져야지요. 영덕에서 울진까지의 동해안은 또 어떻고. 세계적 해안공원이지요. 경주 감포의 문무대왕릉은 세계 유일의 바다릉입니다."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는 감포의 감은사 하나만 복원해도 멋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파식적(萬波息笛: 신라 시대 전설의 피리. 이것을 불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해 국보로 삼았다. 죽은 문무왕과 김유신이 용을 시켜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이라며 피리를 만들어 판다면 인기있는 관광상품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바다릉을 둘러보는 유람선이라도 띄우자고 했다.

아이디어 이상의 무엇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예를 들면 경주만의 것을 복원하고 개발해야 승산이 있다는 뜻입니다. 골프장, 호텔을 짓는다고 경주에 비교우위가 있겠습니까. 완전 거꾸로 가는 개발입니다. 그런 것은 미국이나 다른 휴양지에 가면 널려 있습니다."

창의성과 자신감을 키우라는 말로 들렸다. 그는 경북도지사 시절 일선 시장·군수에게 56종의 나무를 골라 그중 2개씩을 기증했다. 왜냐고 물어보니 신라시대 역대 왕이 56명이라고 답했다.

◇李 전 시장이 보는 혁신과 분권

"말로만 떠들지 말고 중앙부처 권한 내놔야"

시리즈의 주제에 걸맞은 답을 들어볼 요량으로 혁신에 대해 질문해 봤다.

"혁신요. 별로 탐탁지 않아요. 중앙부처나 자치단체마다 무슨 혁신팀장이니 만들어 놓고 있는데 부서만 만들면 뭐합니까. 실천이 문제이지요."

말만 앞서 있다는 비판이다. 바꾸고 개혁하는데 무슨 딴소리가 있겠는가. 다만 너무 이론이 앞선다는 뜻이다.

"분권만 해도 그렇습니다. 혁신도시를 통해 분권을 한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것은 빠져 있습니다. 온갖 허가권을 비롯, 중앙부처가 움켜지고 있는 권한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양해야 하는데, 그런 자세가 보이지 않아요."

구체적으로 집어 말했다. 예를 들어 보훈청 같은 국가기관이 왜 따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일은 광역시·도에 과(科)하나 정도 두면 무난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

"군·검찰·국세청·화폐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는 궁극적으로 모두 지방으로 이양하든지 위탁해야 합니다."

그는 혁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일의 시간과 예산을 적게 들이고 더 잘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하는 과정(process)을 정리해 매뉴얼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전국의 시·도지사가 거의 한나라당이지만 혁신은 필수적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그는 정부든 당이든 기업이든 병원이든 혁신할 수 있는 곳은 다 혁신에 몰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제는 현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했다.

◇기자가 본 이상희

자칫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것이 될지 모르지만, 실제 그는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냈다. 역대 대구시장 중 가장 일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0차로 달구벌대로만 해도 그의 시장재직시 근간이 만들어졌다. 도심을 관통하는 20여㎞의 10차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대구의 물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한 것도 그의 공이 크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대구의 수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약발이 먹히는 방법을 동원했다. 바로 청와대로 'SOS'를 쳤다. 대구가 목이 탄다고. 강정취수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가창·운문댐의 건설이 시작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구가 먹을 물의 수원지가 다양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무와 꽃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넘어선 조예와 식견을 가지고 있다. 매화와 꽃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집의 장서가 6만권이 될 정도로 독서광이다.

◇약력

△성주 출생(1932.1.8) △대가공립심상소학교, 성주중, 성주농고 △고려대 법대, 경북대 대학원 졸업 △진주시장, 산림청장 △대구시장(1982.5~85.2) △경북도지사(1985.2~86.1) △내무부장관, 건설부장관 △한국수자원공사 및 토지공사 사장

◇저서

△'지방세 개론' △'지방재정론' △'파신의 눈물'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 2, 3'

"일 겁내는 공무원 소명의식 가져야"

이상희 전 대구시장의 이력을 보면 대번 행정에 관한 한 경지에 올랐다고 짐작할 수 있다. 작금의 공무원들에 대해 평해 달라고 하자 예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도대체 왜 일을 겁내는가요. 공무원은 바람이 불든 폭풍이 몰아치든 정면으로 맞선다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데모꾼이든 민원인이든 몰려들면 부딪치고 설득해야지, 숨어 있다 뒤늦게 나타나는 행태가 말이 되는가요."

나라를 위해,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틀렸다고 했다. 금요일이 되면 놀러가기 바쁘고, 휴가 챙기기에 급급해서는 공복의 의무를 다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공직자가 그저 휴일 찾고, 일반 회사원처럼 똑같이 하겠다는 발상은, 글쎄요…." 박재일기자

[창조와 혁신의 대경인 .4] 이상희 前 대구시장
[창조와 혁신의 대경인 .4] 이상희 前 대구시장
시장 재임시절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손을 뻗치고 있는 이가 이 전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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