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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길을 묻는다 .4] <끝> 다크호스는

2012-01-18

승천 위해 ‘바람’ 기다리는 잠룡…양강체제 구도 뒤집을까

20120118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시 노 후보는 ‘이회창 대세론’에 가려 정치 리더로 국민적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기 시작한 ‘노무현 바람’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이회창 후보를 꺾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다크호스’의 사전적 정의는 ‘정계·선거·운동 경기 따위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아니하였으나,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다크호스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오는 12월에 치러질 18대 대선에서도 또 한명의 다크호스가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인 만큼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몽준-재단 설립·출판기념회 통해 물밑 행보
김문수-영남권 출신, 다양한 행정경험이 장점
정운찬-‘신정아 변수’ 터지며 대권 구상 차질

문재인-가장 강력한 다크호스, 총선이 첫 시험대
손학규-탄탄한 정책·정무라인 구축 ‘야권 핵심’
유시민-젊은층 견고한 지지 받지만 거부층 존재

◆‘문재인 대망론’ 살아날까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대권 주자 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을 위협할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실제 한 인터넷 언론사가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국회를 출입하는 취재기자, 사진기자, 촬영기자 등 197명의 기자에게 ‘2012 선거 전망’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 이사장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24.9%의 지지를 얻어 17.8%에 그친 박 위원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아직은 본인 스스로 대선 출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최근 일련의 활동을 보면 문 이사장이 점차 정치행보의 폭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이사장의 대권을 향한 첫 시험대는 오는 4·11 총선이다. 민주통합당의 상임고문을 맡은 문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만약 그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살아돌아온다면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안 원장이 직접 대권 레이스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문 이사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가 야권의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여의도 정치를 경험하지 못해 사실상 현실정치 경험이 없고,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것은 가장 큰 약점이다. 아울러 국민의 혹독한 검증을 받은 적도 없다.



◆대안주자 풍성한 야권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여전히 야권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해 있다. 지난해 4·27 재·보선 이후 상승했던 지지율이 별다른 동력을 찾지 못한 채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있지만, 강력한 경쟁자인 문 이사장이 오는 4·11 총선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하고 당내에서 확실한 기반 조성에 실패한다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손 고문은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민주통합당 1·15 전당대회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그가 측면에서 지원한 박영선·이인영·김부겸 후보가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까닭이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야권통합을 이끈 데 이어 지도부 경선 지원에 성공하면서 공고한 당내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손 고문의 또 다른 강점은 탄탄한 정책·정무라인이다. 동아시아미래재단과 함께 당내 정책통 의원들이 그의 경제 관련 구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그가 결성한 경제 모임에는 김진표 원내대표와 강봉균·홍재형·이용섭·장병완 의원 등 경제부처 장관 출신과 김효석·우제창 의원 등 경제 전문가 그룹, 그리고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성남·박선숙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와 함께 민주통합당의 핵심 지지자들이 진보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도주의자인 손 고문이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대선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이장→군수→행정자치부 장관→민선 도지사의 성공 스토리가 있다. 이런 그가 조만간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김 도지사의 대권플랜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4·11 총선에서 야권이 경남지역에서 의미있는 의석을 확보할 경우, 김 도지사는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했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 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낙선과 지난해 4월 김해 재보선에서 국민참여당 후보의 낙선 이후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유 대표의 강점은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유권자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확실한 비토층(거부층)이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박근혜 대세론에 가린 여권주자

여권에서는 워낙 박근혜 위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유사시 박 위원장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사재 2천억원을 포함해 범현대가가 5천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트라이트가 지지율 상승으로는 연결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출판기념회를 통해 여권 잠룡으로서의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키다리 아저씨의 약속’ ‘시장경제의 약속’ ‘자유민주주의의 약속’ ‘세상을 움직이는 소통’ 등 4권의 책을 출간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당 쇄신과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성장과 지속가능한 복지 등에 대한 정책 비전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재벌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차별화된 정책적 측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한나라당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김문수 도지사는 최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 대권 출마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답변하는 등 대권과 관련해 ‘정중동’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대신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하며 조용히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정치권에서도 현직 도지사로서 드러내고 대권행보를 하기에는 여러 무리수가 따르는 만큼 당분간 심고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도지사의 강점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 출신인 데다,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로서의 행정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반면 강직한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게 약점이다.

정 전 총리는 아직까지 대권에 대해 출마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그의 대권 도전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정아 변수’가 터지면서 대권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김해을 선거구에서 야권단일 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한 김태호 의원도 차기 대권레이스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세대교체론이 화두로 떠오르면 젊은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인기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 ‘박연차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위증 의혹에 휩싸이면서 자진 사퇴했던 전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여권의 대권 레이스에서 가장 큰 변수는 ‘반(反) 박근혜’ 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전면에 나서면서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홍준표-김문수 연대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최근 정·홍 전 대표와 김 도지사가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 것도 연대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비대위 출범 후 이른바 ‘당내 2인자’들이 구축한 첫 연합전선인 셈이다. 아직까진 당내에서 ‘반(反)박 연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는 않지만 4·11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박근혜 비대위 체제’하에서 치러질 4·11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박 위원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대세론’이 휘청거리면서 다른 대권 잠룡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거세게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크호스가 많은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행요소가 적은 한나라당은 고심이 크다. ‘박근혜 대세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대세론이 무너질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것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세론’에 어깨를 나란히 할 ‘다크호스’가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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