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위한 재테크로 귀농을 택했다”
40대 초반 퇴직 후 8년간 오이재배…공동출하로 판로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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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8년차인 이희무씨가 17일 상주시 신흥동 자신의 시설하우스에서 오이를 살펴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젊을 때부터 퇴직하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좀 더 일찍 내려오게 됐습니다.”
상주시 신흥동 신흥들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이희무씨(52)의 말이다.
이씨는 젊을 때의 생각대로 고향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고 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고향이 아닌 부인 김미경씨(48)의 고향이다. 이씨는 문경시 산양면에서 태어났으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상경했다. 이 때문에 고향마을은 선명하지 않은 한 폭의 그림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 8년간 오이농사를 함께 지은 상주의 오이 재배농가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한양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쌍용컴퓨터에 입사, 당시 새로운 분야인 전산업무를 담당했다. 80년대 말, 신문사가 일제히 편집과 인쇄체계를 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 때 이씨는 조선일보에 스카우트됐다.
“엔지니어로 조선일보에 입사해 몇 년간 전산화작업을 하는 사이에 관리자가 됐습니다. 원래 저의 일은 컴퓨터인데, 관리직에 있다는 것은 그 회사에서 내가 할 일을 이미 다했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에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지요.”
직장을 그만두기에 앞서 귀농을 준비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귀농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농업과 작물을 비교하고 분석했다. 그 가운데 오이농사가 눈에 띄었다. 상주 오이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뒤 한 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2004년쯤 겨울 오이를 재배하는 이곳을 찾아 오이농사를 짓는 분들과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나름대로 신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저에게 적합한 것 같았습니다. 바로 다음해 봄에 땅을 사고, 시설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이씨는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씨가 귀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을 올려야 했다. 오이는 그 해에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과수나 축산보다 유리했다. 또 상주 오이는 상품만 제대로 만들어 내면 판로 걱정이 없는 게 큰 장점이었다. 상주 오이 재배농가들이 원예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출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노후를 생각한다면 시설하우스 면적이 3천900㎡는 돼야 한다는 이웃의 조언에 따라 2005년 시설하우스를 짓고 오이를 심었다. 상주 오이는 10월에 심어 12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하며, 6월 말 또는 7월초까지 장장 7개월간 출하된다. 이 기간에는 하루도 시설하우스를 비워둘 수 없다. 매일 오이를 수확하고, 휘어지거나 굵기가 고르지 않은 것은 미리 따줘야 한다. 오이는 매우 예민한 작물이기 때문에 매일 살펴보면서 병과 해충을 막아줘야 한다.
“첫 해에는 소득이 기본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 1년쯤 다른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농사짓는 방법을 배운 뒤 시작했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시작했다는 지적도 있었지요. 한 3년 정도 배우면서 농사를 지으니까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되더군요. 급하게 시작하는 바람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주오이를 제대로 재배하면 이씨가 농사짓는 규모에선 1억8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귀농할 당시에는 40대였으니까 용기가 있었지요. 그때 귀농하기로 결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농자재 가격은 뛰고 오이값은 제자리걸음하는 것이 불만이지만, 이곳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것은 잘한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상주=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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