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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돈은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2012-01-25

수출 늘고 경제지표 호전돼도 온기가 국민에게 미치지 않아
불황때 경기활성화 위한 대책, 저소득 가계 지원 늘리는 것이
부자감세 해줄때 보다 큰 효과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고, 노장사상(老莊思想)의 핵심이기도 하다. 흔히 “물 흐르듯 하라”고 한다. 이 말은 “순리대로 살아라”는 의미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산다. 자영업자는 능력과 규모에 따라 성실히 사업을 하고, 급여 소득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상당수의 경우 열심히 한다고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 게 현실이며 이에 대한 불만이 많다. 예전엔 자신이 중산층이라 생각했으나 언젠가 중산층에서 밀려나 장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으니 상실감이 무척 크다. 또한 수출도 늘고 경제지표도 좋아지고 있으나 그 온기가 국민에게 미치지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최근 동네슈퍼와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마트의 경쟁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는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 그러나 이 싸움은 애당초 승부가 결정난 것으로, 대결이랄 것도 없다. 드넓은 주차장과 문화공간, 마음을 사로잡는 고급 마케팅을 펼치는 대기업의 판매 전략 앞에 동네슈퍼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대기업의 구매대행 자회사인 MRO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계열사란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하는 업종에 뛰어들어 소모성 기자재 구매업을 하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기업이 같은 자회사인 MRO에 관련 계열사 물량을 몰아주니 정말 점입가경이다.

‘장수선무, 다전선고(長袖善舞 多錢善賈)’란 고사가 있다.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출 수 있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라는 중국 한비자(韓非子)의 말처럼 조건이 좋으면 성공하기도 쉽다. 브랜드 파워와 막강한 자금력과 판매망으로 무장한 거대기업에 맞서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승산 없는 게임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낮은 곳은 허(虛)하고 높은 곳은 실(實)하다”고 했다. 따라서 실한 곳은 놔두고, 허한 곳을 집중 공략하면 승리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비수도권은 모든 경제적 여건이 대기업과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다. 시장원리에만 의존한다면 모든 부(富)는 수도권과 대기업, 그리고 가진 자에게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돈의 흐름은 물흐름과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부의 양극화 현상을 불러오고,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초기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화학공업 부분에 치중하면서 대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도 했다. 그동안 대기업은 정치적·법적 특혜를 받아 성장해 국민의 경제적 손실과 희생 또한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여전히 경제적 성과를 독과점하고 자손에게 대물림하는 현실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국민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최근 한국의 화두는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동반성장이다. 대기업이 국민의 희생으로 돈을 벌었으니, 좀 내놓으라는 식이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재벌이 이젠 사회에 가진 자로서 책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조(兆) 단위 영업이익 달성과 수십조원의 내부 유보액, 그리고 엄청난 금액의 급여를 임원들에 게 지급하면서 그 재원을 하도급업체 단가 삭감과 인력감축으로 충당하려 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는 “불황기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소득 재분배다. 소득이 적을수록 가용소득에서 더 많은 몫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 가계에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10조원을 추가 지원할 때 얻을 수 있는 경기 활성화 효과는 같은 액수의 돈을 부자에게 감세해 줄 때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임금이 최저 생계 수준 혹은 그 이하가 아니라면 노동자는 추가 소득을 자신의 교육이나 건강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노동 생산성과 경제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례로 조세감면의 효과가 기업에서 고용창출과 재투자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내부 유보 방법을 택한다. 즉 사회적 책임보다는 축적된 자금을 적립금으로 남겨놓아 장래에 발생할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정책적 배려나 조세감면을 한다고 해서 쉽게 그 효과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가 펼칠 경제정책은 금리조정, 환율정책, 조세정책, 대규모 국책사업 시행 등 다양하다. 시행되는 경제정책이 모두 국가를 위한 정책이겠지만 정책의 효과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그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복지 정책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로 논쟁하고 있다. 평등과 공정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도 물의 흐름에 따르면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의 흐름과 같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서는 아니 된다. 물의 흐름대로 가야한다. 즉 실(實)한 곳에서 허(虛)한 곳을 메워주어야 한다.


심정규<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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