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20128.010010759340001

영남일보TV

  • [영상] 대구 당선인들의 당찬 출발 알림···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증 교부식
  • [6·3 스케치] 정치적 위기 때마다 뭉쳤다…선거 막판 서문시장 ‘보수 대결집’

“어떻게든 살아야” 실업급여 창구의 벼랑끝 얼굴

2012-01-28

[르포] 세 살배기 아들 데리고 온 엄마…아내마저 일자리 잃은 남편…
계약 끝난 기간제 근로자 고용센터 찾아
절박한 심정에 상담 받으면서도 고성
“나이 많으면 자격증도 소용없어” 한숨

20120128
27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용센터 사무실에서 실업급여신청과 구직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센터내 8개 실업급여 인정 상담창구에서는 민원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현덕기자 ihd@yeongnam.com

27일 오전 10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용노동청 산하 대구고용센터 건물 2층 실업급여인정 창구. 이곳은 실업급여인정과 취업알선을 동시에 하는 곳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지난해 말 계약이 끝난 기간제 근로자 20여명이 찾아와 창구담당 직원과 개별상담을 하고 있었다. 얼굴엔 절박감이 가득했다. 8개 상담창구 곳곳에선 고성이 오갔다.

세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30대 여성이 “취업교육(특강)을 왜 못받게 하느냐”고 쏘아붙이자, 직원은 “교육을 못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활동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여성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취업교육을 받아야 실업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직원은 면접 등 구직활동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조언을 했다.

또 다른 창구에서 상담을 받던 장모씨(42·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목소리도 높았다. 장씨는 “취업알선을 한다면서 실업급여 입금날짜와 면접날짜만 알려주고 자세한 구직활동 안내는 왜 안해주느냐. 이럴 바엔 생활정보지를 찾지, 왜 여기까지 왔겠느냐”며 답답해 했다. 전직 전기기사인 장씨는 “지난해 근로계약(1년)이 끝나 실업자 신세가 됐다. 맞벌이하던 아내도 2개월전 양육문제로 집에만 있어 일자리가 시급한데 생각만큼 상담원이 적극적이지 않아 순간 흥분했다”고 말했다. 장씨의 목소리에는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배어났다.

대구고용센터 직원도 나름 불만이 컸다. 정부의 정책은 실업급여 수급과 함께, 실업자들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서 재취업에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민원인 대부분은 실업급여(최저 월 90만원)를 받는 데만 급급해 취업 알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재취업에 노력하겠다는 이도 막상 상담해보면 은근히 실업급여 받는 데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많다는 것.

창구안이 잠시 정적을 되찾는가 싶었지만 점심때쯤 또다시 고성이 들려왔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다 실직한 50대 남성이었다. 취업활동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중이었다. 직원은 또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건설 일용직은 상담시 가장 애를 먹는 직업군이다. 유달리 변수가 많아 부정수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소장이 해당 근로자가 실업자인 걸 알면서도 인건비를 남길 목적으로 허위로 일을 한 것처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실업급여신청자 본인이 실업급여 지급기간 중에 수시로 지인을 통해 일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센터직원이 취업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취업 사실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랑이가 잦은 것이다.

한 달전 근로계약(10개월) 해지로 실업자가 된 정모씨(58)는 고령자 구직시장에 불만이 컸다.

정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단 둘이 사는데 내가 안 벌면 어떻게 되겠느냐.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집근처 도서관에서 인터넷으로 구직정보를 찾는 것이 하루 일과”라며 “어떻게든 일하고 싶은데 나이가 많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각종 자격증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날 실업급여를 신청한 뒤 곧바로 2층 출입문을 힘없이 빠져나갔다.

2층과 달리 일반 구직자가 찾는 4층은 한산했다. 대부분 전산망으로 구직신청 및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예약을 한 이들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다.

20120128

청년층 구직상담을 맡고 있는 배정해씨는 “4년제 대학생의 취업상담이 가장 어렵다.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5~6년 준비하다 할 수 없이 찾아오는데, 하나같이 사무직 외 다른 직종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배씨는 “연봉도 최대 3천만원까지 기대하고 중견기업만 찾는데, 대구에 이런 기업이 잘 없다. 현실적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기대 때문에 막연하게 폼나는 일자리만 찾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구직 걱정은 국내인만의 몫은 아니다. 3층 외국인 구직창구도 북적였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이직을 위해 무리를 지어 찾아온 것. 이들은 3년간 총 3번 이직할 수 있다. 대구에 온 지 1년3개월이 됐다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오리프씨(25)는 “논공의 한 프레스업체에서 일했는데 최근 2주간 일감이 없어 회사 기숙사에서 하루종일 잠만 잤다. 월급(120만원)도 너무 적어 사장에게 이직을 허락받고 왔다”고 했다. 옆에는 한 시어머니(59)가 필리핀 출신 며느리(25)의 취직을 위해 함께 왔다. 그는 “두 달전에 며느리를 봤는데 아이가 생기기 전에 한푼이라도 돈을 더 벌 작정으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너도나도 일자리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지만 아직까지 일선 구직시장에는 엇박자가 여전했다. 실업급여에 목매는 전직 근로자와 자신의 눈높이에서만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고용시장은 여전히 문턱이 높아 보였다.

27일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구의 고용률(전국 평균 58.5%)과 실업률(" 3%)은 각각 57.7%, 3.3%로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